끝모르게 추락하던 수출이 3개월 만에 반등했다. 수출액 규모는 16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13대 주요 품목 가운데 11개 품목이 증가하는 등 주요 산업의 체력도 나아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난 11월 수출 호조에는 조업일수 증가 등 일시적 호재도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수출이 안정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기에는 다소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결국 12월 수출이 증가를 이어가는지 아니면 다시 고꾸라지는지가 앞으로의 수출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월 수출이 455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증가했다고 1일 밝혔다. 수입은 10.1% 늘어난 375억달러를 기록하면서 무역수지는 80억달러 흑자였다.
수출액은 3개월 만에 다시 뛰었다. 우리 수출은 지난해 1월 이후 20개월 연속 감소(전년 동월 대비)하다가 올 8월(2.6%)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9월(-5.9%)과 10월(-3.2%)에 연속 부진한 성적을 보이면서 추세전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11월 수출은 내용 면에서 8월보다 낫다. 지난달에는 최대 시장인 중국 수출액이 17개월 만에 증가(0.4%)했고 미국 수출액도 3.9% 늘었다. 우리 전체 수출에서 약 40%를 차지하는 중국(25%)과 미국(15%) 수출이 호전된 것이다. 8월에는 두 시장(중국 -5.3%, 미국 -4.8%)의 성적이 좋지 않았다. 지난달은 또 유가 하락으로 경기가 식은 러시아가 포함된 독립국가연합(CIS·43.6%) 수출도 반등했고 중동(11.1%) 수출은 2개월 연속 증가를 보였다.
13대 주력 품목 가운데 11개 품목의 수출액도 증가했다. 13대 품목 가운데 8개 품목만 개선됐던 8월보다 나은 성적이다. 주력 품목 가운데 최근 2년 내내 우리 수출의 발목을 잡았던 석유화학과 철강 수출액이 크게 뛰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긍정적이다. 유화 수출은 32억7,800만달러를 기록해 20%(전년 동기 대비)나 증가했다. 철강도 24억7,500만달러로 수출액이 10.8% 확대됐다. 유화는 중국에서 합성섬유의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수요가 늘어 단가(3.4%)가 뛰었고 곧바로 수출액 증가로 연결됐다. 철강도 내년 전 세계 인프라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철광석과 철강재 가격이 올라 수출단가도 함께 증가했다.
단일 수출 품목 가운데 수출액 비중이 가장 높은 반도체(12.5%) 수출이 지난달 11.6% 뛴 것 역시 호재였다. 자동차도 파업이 종료되면서 생산이 원활하게 이뤄지며 수출액이 1.5% 뛰었고 컴퓨터(13%)와 일반기계(19.3%)도 좋은 실적을 보였다. 다만 인도가 지연되며 선박(-36.8%) 수출이 줄었고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 여파로 무선통신기기(-17.9%) 수출은 부진했다.
주요 시장과 주력 수출 품목이 모두 좋은 실적을 기록하자 정부도 표정을 감추지는 않았다. 일시적 요인인 선박을 제외하면 일 평균 수출액이 17억5,000만달러로 21개월 만에 증가로 돌아선데다 수출 물량도 6개월 만에 반등했기 때문이다.
채희봉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반도체 등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안정적인 수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로 유가가 오르면 수출 측면에서 회복의 계기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세계 교역이 저성장 국면에 있고 미국 금리 인상과 보호무역 강화 등의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회복세가 지속된다고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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