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가치 약세에 따른 외환보유액 감소 위기감이 당국자들 사이에서 크게 확산되고 있다는 소문이 최근 중국 금융시장에서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 중국 정책당국의 속내를 비교적 쉽게 감지할 수 있는 홍콩 금융시장뿐 아니라 미국 월가나 한국·일본 등 주변국 금융시장에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실제로 중국 당국은 외신을 통해 투자 목적의 달러 뭉칫돈이 빠져나가는 것을 강력히 규제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망 등 관영매체에 중국 국유기업의 해외 투자를 강하게 감독하겠다는 국무원 회의 결과를 공개했다. 해외 기업 인수에 적극적이던 중국 기업들은 당장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표정이다. 해외 인수합병(M&A)의 선두주자로 부상한 안방보험이나 중국 국영 알루미늄 생산업체 찰코 등은 채권 발행 등 당국의 통제를 피할 수 있는 인수자금 조달방법을 찾아 나섰다.
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내부 문건을 인용해 인민은행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기업의 역외대출에 상한선을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내 비금융기업의 역외기업 대출액은 자기자본의 30%를 넘지 말아야 하며 단기간에 역외대출 신청이 잦은 기업은 은행에 대출 이유를 충분하게 설명해야 한다.
또 중국망은 리커창 총리가 최근 주재한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국유기업의 해외 투자와 자산이전에 대한 감독검사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이날 전했다. 리 총리는 해외 자산의 안전한 운용을 위해 투자금 보전과 자금 증식 과정을 면밀히 살피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는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금 수입에까지 제동을 걸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라이선스를 가진 중국 현지 은행들도 금 수입 승인을 얻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달러화 뭉칫돈뿐 아니라 금 수입에 대해서까지 중국 당국이 강력한 통제에 나선 것은 달러유출 규제가 강해지면서 환차손 등을 감내하면서까지 위안화를 통해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룸버그는 지난 8월 한 달 동안 위안화로 결제된 대금 규모가 277억달러로 평소의 5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국 내 자산가치 약화를 우려한 편법 자본유출 가능성을 지적했다.
이 같은 위안화 자금유출까지 포함하면 올 들어 10월까지 중국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5조1,000억위안(약 865조원)으로 중국으로 유입된 자금 3조1,000억위안(약 527조원)을 감안해도 2조위안(약 339조원)이 순유출된 것으로 금융시장은 추정하고 있다.
위안화 약세 흐름과 맞물려 중국이 보유한 외환 규모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1월 3조2,308억달러(약 3,783조원)던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0월 3조1,206억달러로 1,000억달러 이상 줄어 5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글로벌 M&A시장에서는 중국 당국의 외환규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당장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에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정보 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중국 기업의 해외 M&A 규모는 1,739억달러로 지난해의 1,068억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