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는 드럼 세탁기, 아래에는 통돌이 미니 세탁기가 달린 트윈워시 세탁기는 조성진 신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부회장)가 자식처럼 아끼는 제품이다. 조 부회장은 세탁기사업부장, 생활가전·에어컨(H&A) 사업본부장을 역임한 8년 동안 150명 이상의 개발인력과 200억원가량의 비용을 투입해 트윈워시를 만들었다. 트윈워시는 기존에 없던 차별화 제품이면서 두 세탁기의 동시 작동이라는 기술적 난제까지 극복했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팔리는 LG 드럼 세탁기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트윈워시가 성공을 거둔 비결이다.
조 부회장의 취임 후 첫 일성은 “차별화 제품의 방법론을 제시하고 품질을 경영의 축으로 삼겠다”는 말이었다. 생활가전 사업에서 보여준 차별화·품질 우선 경영전략을 TV·스마트폰은 물론 LG전자의 미래 사업인 스마트카(부품)·에너지에도 전파하겠다는 얘기다. 이러한 그의 전략으로 LG전자 내 다른 사업부인 TV(HE)·핸드폰(MC)·자동차부품(VC) 사업본부에서 또 다른 ‘트윈워시’를 탄생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조 부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제껏 쌓아올린 경험을 최대한 살려 사업별로 하나하나 깊게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사업본부별로 제품·솔루션 기획에서 양산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대대적 점검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는 “(경영전략 수립과 관련된) 좀 더 구체적인 방안은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복합 전시회인 CES 2017에서 정리해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ES 행사는 내년 1월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앞으로 한 달 동안 LG전자가 나아가야 할 사업방향과 신성장동력 마련, 경영비전 등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겠다는 의미다.
그는 세탁기 설계실에서 숙식하며 모든 부품을 뜯어보고 다시 조립하며 세탁기의 원리를 익힌 인물이다. H&A 사업본부장일 때도 같은 방식으로 냉장고 등 생활가전 전반을 ‘정복’한 일화가 잘 알려져 있다.
현재 LG전자가 마주한 제1의 과제는 스마트폰 사업에 돌파구를 내는 일이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올해 3·4분기에만 4,36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5분기 연속 적자를 봤다. 올해 MC사업본부 전체 적자 규모가 1조2,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IT 업계는 조 부회장이 갈림길에 선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위해 어떤 처방을 내릴지 주목한다. 업계는 LG전자가 ‘선택과 집중’ 방식을 적용해 당분간 수익성 있는 스마트폰 모델을 집중 생산하면서 조직을 효율화하는 작업에 몰두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의 대중화, VC 사업본부의 외형·수익성 확대도 조 부회장이 이끌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생활가전 분야에서는 LG전자가 야심 차게 내놓은 초호화 가전 브랜드인 LG 시그니처를 육성해 브랜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작업도 필요하다. 서브제로·울프나 밀레 같은 북미·유럽 등지의 고급 브랜드가 지향점이다. 이와 관련, 조 부회장은 LG시그니처 브랜드 전 제품의 통합전략 지휘를 위해 이달 초 신설한 ‘LG 시그니처 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
이밖에 조 부회장이 사물인터넷(IoT)·로봇·인공지능(AI)을 결합한 신사업에서 어떤 성과를 낼 지도 관심이 쏠린다. LG전자가 내놓은 스마트홈 로드맵은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을 원격 조종하는 스마트홈 서비스부터 AI 기반 생활로봇까지 아우르고 있다. 그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6’에서 “스마트홈과 연계한 생활로봇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하드웨어(HW)·AI·콘텐츠를 통합해 고객이 필요로 하는 로봇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 부회장은 인터뷰에서 “안팎으로 기대가 너무 크다”며 부담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더 좋은 LG전자’를 향한 의지는 확고해 보였다. 그는 “어깨가 많이 무겁지만 (LG전자의 변화에 대해) 지켜보고 응원해달라”며 인터뷰를 끝냈다.
/창원=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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