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고객의 개인 정보가 무단으로 유용된데 이어 고객 동의 없이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이 이뤄지면서 피해 고객을 중심으로 한 비난 의견이 빗발치고 있다. 허술한 고객 관리망을 이용한 유사 피해 사례가 잇따를지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고객인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경험했다. 소멸 예정인 마일리지 50만 점을 하루 빨리 사용하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은 것. 올해는 현대백에서 많은 물건을 구입한 적이 없어 마일리지가 50만 점이나 될 리 없는데다 A씨가 모르는 사이 누군가 본인 행색을 했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현대백 마일리지가 50만 점이 되려면 만 35세 미만에게 파격 혜택을 주는 U멤버십 카드를 사용해도 1년 내 5,000만 원을 써야 한다.
A씨를 더 놀라게 한 것은 마일리지의 실제 사용까지 과정이다. A씨가 확인해 보니 마일리지 10만 점이 현대백 울산 동구점에서 ‘상품권 교환’에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마일리지 적립의 경우 A씨의 핸드폰 번호나 포인트 카드 번호를 알기만 해도 가능하지만 포인트 상품권 교환은 포인트 카드 및 신분증 지참이 필수라는 점에서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에 대해 현대백측은 “울산 동구점의 경우 다른 지점과 달리 마일리지 등록과 사용을 일원화해 관리하다 보니 문제를 일으킨 직원이 직접 마일리지를 등록하고 신분증 없이도 마일리지를 사용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해명했다. 다른 지점의 경우 마일리지 등록을 담당하는 직원과 실제 사용 승인을 내주는 직원이 구분돼 있어 개인의 무단 도용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마일리지 50만 점이 모두 압구정 본점에서 쌓인 것도 의문을 증폭시킨다. 특히 압구정 본점 내에서도 오즈세컨 매장에서 한번에 5,000만원의 카드 사용과 마일리지 적립이 진행됐다. A씨는 “이에 대해 항의했더니 현대백화점은 내부 직원 개인의 문제인 것 같다며 30만원으로 선처를 구했다”며 “더욱 어이가 없어서 30만원으로 그 사람과 개인 소송이라도 하라는 거냐며 거절했다”고 말했다.
A씨가 겪은 일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고객 개인 정보 관리의 허술함이 총체적으로 드러난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A씨의 개인 정보가 유용된 것만으로도 심각한 문제인데다 내부 직원들의 암묵적 방관 없이 고객의 마일리지 적립과 사용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내 근무자들은 마일리지 우수고객 혜택에서 제외되니깐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개인 계정을 도용하려 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의 오랜 고객인 김모(34)씨는 “직원이 마음만 먹으면 고객 정보를 도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고 백화점이 고객 개인 정보를 너무 소홀히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너무 불안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단순히 고객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토록 쉽게 개인 정보 유용이 가능하다면 아직 드러나지 않은 유사 피해 사례가 잇따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주현 변호사는 “백화점 직원이 고객 가입 신청서 이용목적에 맞지 않게 사익을 추구했다면 직원뿐만 아니라 사용자인 회사까지 함께 처벌받을 수 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1항 등 위반에 따라 형사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희철·이수민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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