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기획재정부와 농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도 농식품부 예산·기금 총지출은 14조4,887억원으로 전년 대비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400조원이 넘는 슈퍼 예산으로 불리는 내년도 정부 예산 증가율(3.7%)의 4분의1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교육(7.9%), 일반·지방행정(6.4%), 문화·체육·관광(4.0%), 국방(4.0%) 등과 대조적이다.
농식품부 예산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변동직불금이다. 애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했던 예산안(9,777억원)보다 무려 5,123억원이 증액됐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을 때보다 예산안 확정시기의 산지 쌀값이 더 하락해서 변동직불금이 대폭 늘었다”고 설명했다.
변동직불금은 산지 쌀값이 목표가격(80㎏당 18만8,000원)에 미치지 못할 때 주는 농가소득 보조금이다. 목표가격에서 산지가격을 뺀 금액의 85%에서 고정직불금(1㏊당 100만원)을 제외하고 지급되며 매년 2~3월께 집행된다. 서구화된 식습관과 수년째 계속된 풍년으로 쌀값 하락은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1985년도에 128㎏에 달하던 1인당 쌀 소비량이 지난해 62.9㎏으로 절반 이하로 급감했고 올해 10~11월 쌀값 평균 가격은 13만381원으로 1년 전보다 15.5% 하락했다. 쌀 변동직불금 예산은 세계무역기구(WTO) 농업보조금 최대한도까지 차올라 다른 작목의 가격이 하락할 경우 보조금 지원을 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쌀값 보전에 치여 농식품부 새해업무계획은 난관에 봉착했다.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는 농가에 ㏊당 3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쌀 생산량을 줄이는 ‘쌀 생산조정제’에 904억원의 예산을 편성하려 했지만 기재부의 반대에 부딪혀 예산 편성이 불발됐다. 12년 만에 쌀 생산조정제를 부활시켜 벼 생산량을 줄이려던 당근책이 무위로 돌아간 것이다.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쌀 가격 하락으로 다른 데서 예산을 삭감해야 하니 다른 것을 하고 싶어도 쌀에 매몰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국회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쌀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있지만 공급량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며 “쌀 수급 상황을 생각할 때 변동직불금 예산 편성의 기준인 목표가격을 낮추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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