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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사람이 애완동물을 길렀을까?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잠자고 있는 이 털북숭이 친구들을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적이 여러 번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인간이 애완동물을 기르게 되었는지 궁금해 한 적이 있는가? 인간들은 이 접시 모양의 눈과 촉촉한 코를 가진 생명체에게 정복당해 집은 물론 무릎까지 내주게 되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여러 기술 혁신은 인간 진화의 궤도를 바꿔 왔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12,000년 전, 동물과 식물을 기르게 되어 농업을 시작한 것이야말로 호모 사피엔스를 가장 크게 바꿔놓은 기술 혁신이다.

현대 사회와 문명, 그리고 더 나아가서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국가와 민족 공동체는 음식을 찾아다니느라 하루를 낭비하기 싫었던 인류 공통의 욕구를 기반으로 삼고 있다. 축화(畜化)작물은 야생에서 획득한 종자를 인간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기른 것이다. 축화 작물이야말로 수렵 채집 생활을 그만두고 농업 생활로 전환하게 한 큰 원동력이다. 축화 동물, 즉 가축 또한 그러하다. 인간은 왜 가축과 공생하는가?

그 답은 간단하다. 인간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가축은 고기, 유제품, 가죽, 털, 이동수단, 농기구를 제공할 뿐 아니라, 군용으로도 쓸 수 있다. 하지만 턱시도 고양이 같은 동물은 아무 실용적인 용도가 없는데 어쩌다가 가축이 되어 매일 아침 사람 얼굴을 핥는 것일까?

새로운 증거에 따르면 최초의 축화된 개는 15,000년 전 중앙 아시아에 있었다고 한다.


축화란 무엇인가?
고양이는 우선 축화가 되어야 사람이 만들어준 변기에 똥을 눌 수 있다. 축화가 된 동물과, 그저 길들인 야생동물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길들인 야생동물은 인간이 좋아하는 행위를 하도록 훈련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축화된 동물은 인간의 필요에 맞게 진화된 것이다. 수많은 동물들이 과거는 물론 지금도 길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축화되는 동물은 그에 비하면 극소수다. 퓰리처상을 받은 책 <총, 균, 쇠>의 저자이며, 지리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축화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다.

“축화된 동물은 포획된 상태에서 인간에 의해 번식과 급식을 통제당하면서, 인간의 필요에 맞게 선택 교배되어 야생 동물과는 달라진 동물로 정의할 수 있다.”

이는 가축은 야생동물과는 유전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매우 건조하게 표현한 것이다. 반면 길들인 동물은 인간이 원하는 행위를 할 수 있게 훈련받은 야생동물일 뿐이다. 길들인 침팬지가 똥을 던지면서 놀지 않는 것은, 그러면 안 된다고 훈련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생의 새끼 침팬지는 그런 훈련을 안 받았기 때문에 똥을 던지면서 논다. 여러 세대 동안 가두어 두면서 기르지 않으면, 인간의 명령을 듣는다거나 똥을 던지면서 놀지 않는 것 같은 훈련된 행위는 본능 앞에 사라지고 만다.

예를 들어 고대 군용으로 쓰이던 코끼리는 오늘날에도 동남아시아에서 업무용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 코끼리는 축화되지 않았으며, 길들여졌을 뿐이다. 사람을 태우고 다니거나 나무를 나르는 모든 코끼리는 다이아몬드의 표현을 빌면 생포해서 길들인 야생 코끼리다. 가축은 야생동물과 모습도 다르다. 가축들은 여러 대에 걸쳐 선택 교배를 하면서 체격, 색상, 체형이 달라졌다. 동물은 환경에 맞춰 진화한다. 심지어 사람의 무릎이라는 환경에도 말이다. 코넬 대학의 생물학자 애덤 보이코는 “비숑 프리제(흰 곱슬털의 소형 애완견)를 몽골 벌판에 풀어놓는다고 잘 살 턱이 없다.”고 말한다.

근동 살쾡이, 살쾡이의 아종인 이 생물은 오늘날 모든 애완 고양이의 시조다.


축화는 어떻게 일어났는가?
그렇다면 아주 먼 옛날 어느 고대인이 귀여운 늑대 한 마리를 잡아와서 “이제 우리 두 종족은 영원한 친구다!” 하고 선포라도 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은 야생동물과의 관계를 깊이 다져나가면서, 야생동물이 지닌 특유의 능력을 활용하게 되고 이것이 축화 과정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파리에 있는 프랑스 과학 연구 센터의 연구부장 장 드니 빈뉴는 이러한 과정을 인간의 의도가 작용한 인간과 야생 동물간의 매우 강한 생태학적 상호 교류로 표현하고 있다. 즉, 인간과 다른 동물들은 야생의 다른 많은 동물들이 그러하듯이 함께 하며 공생관계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시점에선가 인간은 이 동물들을 곁에 두는 것이 이롭다는 것을 깨닫고, 이 동물들을 곁에 두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로서 축화의 거대한 수레바퀴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비뉴는 “축화 과정은 종마다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고 말한다.

인간은 수백년 동안 코끼리를 길들여 사용했으나 아직도 코끼리는 가축화되지 않았다.




개와 고양이의 축화
강아지 <스크러피>는 집 문 앞에서 당신의 귀가를 침흘리며 기다리고 있다가 당신이 귀가하면 얼굴을 핥아준다. 새침한 고양이 <호레이쇼>는 키보드 위에서 잠자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많은 애완동물은 처음부터 애완동물로 축화된 것은 아니다. 그들은 같이 사는 인간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이익을 주는 일을 했고, 그런 일을 계속하도록 교배된 것이다.

보이코가 실시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최초의 개는 15,000년전 중앙 아시아 출신이라고 한다. 보이코와 동료들은 기후 변화와 맞물려 시작된 인간의 새로운 사냥 기술이 회색 늑대의 식량 공급에 타격을 주었을 거라고 가정했다. 이로 인해 굶주리게 된 회색 늑대들 중 용감한 개체들은 음식 쓰레기라도 주워 먹고자 인간의 무리 근처를 배회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인간들은 이들의 능력을 알아보고, 이들을 포획해 기르면서 경비용, 사냥용, 썰매 견인용, 음식쓰레기 처리용 등으로 사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에게 즐거움과 관상 목적으로 동물을 기를 만한 자원과 여유 시간이 주어지자 지금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견종들이 생겨난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고양이는 개보다는 훨씬 더 자의적으로 인간에게 왔다. 고양이는 개보다는 좀 늦은 10,000년 전에 인간 사회에 왔다. 농경 사회가 성립될 무렵이다. 거대한 중앙집권형 인구 집단이 출현하고 거대한 식량 창고가 생기게 되면서 이를 노리는 쥐떼들도 창궐했다. 이 쥐들은 인간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배고픈 고양이들에게 매력적인 먹잇감이었다. 인간은 골치 아픈 쥐들을 잡아먹어준 대가로, 고양이를 자기 주변에 살도록 허락해 주었다. 개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사냥용으로 사용되던 고양이들도 인간 사회가 발전하고 산업화되면서 사랑스런 동반자가 되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나라에서는 고양이들이 고대와 마찬가지로 쥐들을 잡아먹는 역할을 맡고 있다.

턱시도 고양이


그럼 어떤 동물이나 축화시킬 수 있는가?
아니다. 아무 동물 두 마리나 잡아서 마을로 데려와서 계속 교배시킨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동식물들 중 축화가 이루어졌거나 가능한 것은 극소수다. 축화가 이루어지려면 그에 알맞는 특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축화가 가능한 동물들은 모두 비슷하고, 축화가 불가능한 동물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동물이 포획된 상태에서는 새끼를 낳을 수 없는 등 축화가 안 되는 이유가 있다면, 그 동물의 축화는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인류 역사상 성공한 대형 포유류 축화 시도가 14건 뿐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그 밖의 생물들까지 합치면 이 14건 외에도 성공한 축화 시도는 많다.

개는 15,000년 전부터 축화된 유라시아 회색 늑대다


그러나 이는 축화 성공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준다. 물론 20세기까지도 축화 성공 사례는 꾸준히 나왔고, . 일부 동물의 축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1,000년 전부터 인간이 사용한 동물인 코끼리조차도 아직 축화가 안 되었다. 그 주원인은 코끼리는 포획된 상태에서는 번식을 잘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강아지가 사람 몸에 기대어 잔다고 놀랄 필요는 없다. 야생에서 사냥을 하고, 다른 동물의 시체를 뜯어먹던 개들이 사람의 집안에서 게으르게 어슬렁거리게 되기까지는 수천년이 넘는 공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오늘날 모든 개가 침입자가 왔을 때 짖는 것은 아니고, 모든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에게 친밀함을 표시하는 등 또 다른 유익을 주고 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By Grennan Milli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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