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즉석밥 시장을 연 선구자인 CJ제일제당의 ‘햇반(사진)’이 탄생 20주년을 맞았다. 급하게 밥이 필요할 때 찾는 비상식에서 출발했지만 ‘워크맨’, ‘스카치테이프’처럼 즉석밥이라는 제품 카테고리보다 브랜드 이름이 더 유명할 정도의 국민 즉석밥으로 자리잡은 것은 물론, 1~2인 가구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 가정간편식(HMR)이 됐다는 평가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996년 12월 출시된 햇반이 이달로 20주년을 맞았다고 15일 밝혔다. 누적 판매량만 17억 개가 넘었다. 우리나라 국민 개개인이 30번 이상씩 먹었다는 얘기다. 사용한 국내산 쌀은 약 18만 톤, 80kg 쌀 한 가마니 기준으로 225만 가마니에 해당한다. 누적 매출은 올해 말 기준으로 1조1,400억원에 이르며 올해 매출은 1,6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 관계자는 “‘밥을 사서 먹는다’는 개념조차 없던 80년대 말부터 밥의 상품화에 무려 100억원을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햇반이 출시될 때만 해도 CJ제일제당은 다른 즉석밥 업체들처럼 집에 갑자기 손님이 올 때 등을 대비한 비상식 용도를 앞세웠다. 그러다 2000년대에 들어 ‘집에서 지은 것처럼 맛있는 밥’이라는 콘셉트로 햇반이 일상식으로도 손색없음을 강조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전자레인지 보급률이 70%에 도달한 데다 당일도정, 무균포장 등 독보적 기술력에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 특히 무균포장 기술은 일체의 미생물 침투를 불허하는 포장기술로 밥맛을 변질시키지 않고 상온에 보관할 수 있게 한 핵심 기술이다. 여기에 2010년부터 국내 최초 자체 도정설비를 도입해 구현한 당일도정 시스템에 힘입어 쌀 종류별 맞춤 도정까지 가능케 됐다. 올해 2,400억원, 내년 3,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즉석밥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이 10월말 기준 67.2%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20년째 최강자 지위를 유지하는 비결도 모두 이 같은 기술력 덕분이다. 회사 측은 매년 전쟁과 같이 쌀 원료 확보 경쟁을 치르고 건조된 쌀을 섭씨 15도에서 저온 보관해 햅곡과 같은 품질을 유지하는 것도 차별화된 경쟁력이라고 소개했다.
20년이나 지났지만 1~2인 가구 급증으로 성장성은 더 좋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2011년부터 올해까지 햇반의 연 평균 매출 신장률은 15%에 달한다. 최근 CJ제일제당이 진행한 소비자 조사에서도 지난 1년 이내에 햇반을 사본 적 있다는 응답은 70%, 재구매 의사를 보인 응답은 90%다. CJ제일제당은 다양해지는 소비자 기호에 맞춰 현재 전체발아현미밥과 흑미밥 등 8종의 잡곡밥을 내놓았으며 지난해 4월에는 ‘햇반 컵반’을 출시, 지난달 말까지 무려 3,000만 개를 팔아치웠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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