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은 대표적인 미래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거품론’도 끊이지 않고 있다. 몇몇 기술이전 실적만 있을 뿐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바이오 제품은 전무하고 기초과학 역량이 약하다는 이유 등에서다. 최근에는 최순실 사태, 한미약품 기술수출 해지 등의 여파로 제약·바이오 주가들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13일 국내 대표적인 ‘1세대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인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거품론은 지나친 냉소주의”라며 “세계적인 바이오 강국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국내 기업들은 미국·유럽 등 바이오 강국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아이디어, 접근 방법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며 “특히 희귀질환, 세포치료, 질병 진단 등 분야에서 틈새시장을 개척하는 시도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바이오의약 신흥국 가운데 한국만큼 다국적 제약사의 기술이전, 투자 등 관심을 받는 나라도 드물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국내 내수 시장이 웬만한 유럽 선진국 못지않게 크다는 점도 ‘간과되고 있는 강점’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당장 우리 기업의 기술력과 자금력이 글로벌 제약사들과 큰 차이가 난다며 패배의식에 젖을 필요가 없다”며 “한국 영화가 미국 블록버스터만큼 스케일이 크지는 않지만 신선한 아이디어로 세계에서 인정 받은 것처럼 독자적인 전략으로 승부하면 된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국내 투자업계에서 보기 드문 바이오 전문가다. 미생물학 박사 출신으로 LG화학기술연구원에서 근무하다 2000년 ‘바이오 전문 VC라는 새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포부로 투자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바이오업계 부침이 심해서 투자금 모집도, 회수도 잘 안 돼 고생이 심했다”며 “바이오 벤처캐피털리스트에 뛰어들었던 심사역들 절반이 중도 포기 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바이오산업이 본격 성장하면서 김 대표의 전문성도 빛을 발했다. 2013년 1,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제약산업 육성펀드’를 성공적으로 운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산업부가 초기 바이오 벤처 육성을 목표로 조성한 펀드에 목표액 300억원을 웃도는 385억원이 모인 것도 펀드 운용을 맡은 김 대표의 이름값이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김 대표는 “산업부 펀드는 이미 투자 기업에 대한 검토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여서 내년 상반기 안에 최대한 투자 집행을 마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적인 바이오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학자, 의사 창업가들은 기술에 대한 이해는 뛰어나도 정보력, 마케팅 전략, 네트워킹 등에서는 약한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미국의 경우 전문성이 높고 경험이 많은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바이오기업 경영에 깊숙이 관여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아직도 의사나 박사 출신 바이오 벤처캐피털리스트가 10여명 정도에 그치고 단순 투자자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장기적으로는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전문성과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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