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출장에서 돌아온 이원준(사진) 롯데백화점 대표는 휴식도 잊은 채 곧장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위치한 미니 백화점 ‘엘큐브’로 향했다. 엘큐브 3호점인 가로수길점은 오픈 일주일 밖에 안됐지만 감각적인 패션 상품과 소품들을 두루 배치하며 평일 저녁에도 20~30대 고객들로 북적였다. 매장 1, 2층을 가득 메운 젊은 고객들에 고무된 이 대표는 “젊은이들이 백화점에 오지 않는다면 직접 찾아가면 된다”며 “고객 및 지역 특성에 맞는 ‘맞춤 브랜드’에 롯데의 감성을 더해 전문적인 미니 백화점 시대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내년 불황 타개를 위한 역점 사업 중 하나로 ‘엘큐브 대중화’를 선언하고 공격 경영으로 전환한다.
롯데백화점은 2017년 전국 각지의 젊은 층이 몰리는 장소에 미니 백화점 엘큐브를 10개 가량 추가 오픈할 것이라고 15일 밝혔다. 또 2020년까지는 100여 개 이상으로 대폭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롯데백화점은 패션 의류 위주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생활·리빙, 화장품, 남성 전문점 등 상권 특성에 맞는 다양한 전문점을 열기로 했다. 실제 2017년 상반기 개점 예정인 세종신도시점은 젊은 가족이 밀집한 상권 특성에 살려 리빙·생활 전문점으로 꾸며진다.
엘큐브는 롯데백화점이 불황 타개를 위해 ‘고객을 찾아가는 미니 백화점’을 목표로 지난 3월 선보인 20~30대용 특화 전문점이다. 사업 초기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3호점인 가로수길점 오픈을 계기로 점차 안정 궤도에 올라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1호 홍대점의 경우 오픈 9개월 동안 신규 고객 13만 명을 유치했고, 이중 20%는 롯데백화점의 새 고객이 됐다. 지난달 문을 연 2호점인 이대점도 대학생 등 젊은 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같은 엘큐브 실적에 자신감을 얻고 있다. 패션과 유행에 민감한 10~30대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목표 실적을 초과 달성하고 있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가로수길점은 구매력이 높고 트렌드에 민감한 상권 특성을 감안해 타깃 고객층을 30대까지 확장하고 검증된 수입브랜드 등 총 21개의 브랜드를 선보였다. 덴마크 디자인 스토어 ‘플라잉 타이거 코펜하겐’, 프랑스 디저트 브랜드 ‘위고에빅토르’, 명품 병행수입매장 ‘아르마디오’ 등이 대표 브랜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우리나라보다 먼저 불황을 겪은 일본의 경우 이세탄 백화점이 122개의 전문점을 운영하는 등 소형 전문점이 강세”라며 “장기 저성장 기조 속에 백화점이 없는 지역으로 빠르게 보폭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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