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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앤]집밥같은 한끼...편리한 한끼...국민즉석밥 된 '햇반'

■출시 20년 맞은 '햇반'의 성공방정식

"바로 지은 밥맛 갖춰야 승산" 7년 개발 거쳐 96년 제품 출시

미곡처리장 1만곳 뒤져 쌀 선택...당일 도정·무균포장으로 생산

건강식 요구 맞춰 잡곡밥 선봬... 가정간편식 '컵반'도 인기몰이

20년간 누적 판매량 17억개·국내 시장점유율 67%로 1위

‘햇반’ 출시 초기 용기 디자인




‘햇반’ 2000년대 용기 디자인


‘햇반’ 현재 용기 디자인


‘햇반 컵반’


“즉석밥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일단 알파미로 제품부터 먼저 출시해보는 게 어떨까요.” “집밥 못지 않은 밥맛을 갖춰야 승산이 있는데 알파미는 차진 맛이 부족해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지난 1989년 CJ제일제당(097950) 상품개발팀 회의실. 즉석밥 신제품 개발을 둘러싸고 임직원 사이에서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국내에 즉석밥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던 때라 당시만 해도 상품밥으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CJ제일제당은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즉석밥을 내걸었지만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CJ제일제당은 급한대로 알파미 방식의 즉석밥 개발에 뛰어들었다. 알파미는 정백미로 밥을 지은 후 탈수 공정을 적용해 수분율을 5% 이하로 낮춘 쌀이다. 뜨거운 물만 부으면 밥으로 변하기 때문에 군용 전투식량에 주로 쓰인다. 편의성에서는 장점이 많지만 식감이 떨어져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

알파미 즉석밥이 상용화의 문턱을 넘지 못하자 이번에는 동결건조미를 활용한 즉석밥 개발에 나섰다. 동결건조미는 밥을 지은 후 급속으로 동결한 다음 수분을 제거한 쌀이다. 알파미보다 식감이 우수하나 동결 과정에서 쌀알이 쉽게 부스러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집밥 같은 즉석밥’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은 점점 멀어져 갔다.

햇반 광고(1996년)


햇반 광고(2004년)


햇반 광고(2008년)


CJ제일제당이 즉석밥 개발에 난항을 겪는 사이 경쟁업체들이 하나둘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1993년 천일식품이 냉동볶음밥 형태로 국내 최초로 즉석밥을 내놨고 1995년에는 비락과 빙그레가 레토르트 공법을 적용한 즉석밥을 출시했다.

정효영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당시 일본은 즉석밥 시장이 열린 지 15년 만에 1조원 규모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였다”며 “한시라도 빨리 시장에 진출해야 했지만 집밥에 버금가는 제품 말고는 경쟁력이 없다는 게 자명했기에 새로운 제품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두 차례의 실패를 겪은 CJ제일제당은 무균포장 방식으로 과감히 눈을 돌렸다. 무균포장은 반도체 제조공정과 비슷한 클린룸에서 갓 지은 밥을 포장하는 기술이다. 균이 침투할 여지가 전혀 없기 때문에 보존료나 첨가물 없이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무엇보다 집에서 지은 밥맛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개발팀은 또다시 난관에 봉착했다. 무균포장 기술을 도입하려면 최소 100억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했기 때문. 당시 CJ제일제당 연간 영업이익의 10%에 달하는 금액이었다. 설사 제품화에 성공하더라도 즉석밥 시장이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오랫동안 집밥에 익숙한 소비자의 인식을 바꿔야 하는 것도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CJ제일제당은 고심 끝에 무균포장 기술을 도입하고 1996년 12월 첫 즉석밥 제품을 내놓았다. 20년 동안 ‘국민즉석밥’으로 자리매김한 ‘햇반’이 탄생한 순간이다.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작은 크기였지만 햇반은 50여년에 이르는 CJ제일제당의 식품 기술력이 집약됐다.

연구원들은 햇반에 적합한 쌀을 찾기 위해 전국 미곡처리장 1만곳을 샅샅이 뒤졌다. 전국 각지에서 공수한 쌀로 하루 10여차례 밥을 짓고 300여명의 고객평가단을 통해 최종적으로 경기도 이천쌀을 선택했다.

햇반 광고(2010년)


햇반 광고(2012년)


햇반 광고(2016년)


햇반의 인기는 기대 이상이었다. 출시 이듬해 3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2002년에는 250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두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배우 김혜자를 내세운 TV광고와 ‘밥보다 더 맛있는 밥’이라는 광고문구도 햇반의 인기를 견인했다. 이후 오뚜기(007310), 동원F&B(049770), 농심 등도 즉석밥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햇반은 철옹성 자체였다. 올해 햇반의 매출은 1,600억원으로 국내 즉석밥 시장의 67%에 이른다. 20년 누적 판매량은 17억개로, 누적 매출은 1조1,400억원에 달한다.

햇반의 경쟁력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당일 도정이다. 1996년 출시 당시만 해도 3일 내 도정한 쌀을 사용했지만 2010년 업계 최초로 당일 도정 시스템을 도입했다. 고객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햇반이 매번 즉석밥 1위를 놓치지 않는 것도 자체 도정설비를 갖춘 공장에서 당일에 바로 밥을 짓기 때문이다.

다양한 제품군도 햇반의 장점이다. CJ제일제당은 건강식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자 1인가구 증가세가 본격화된 2011년부터 현미·흑미·오곡 등을 넣은 잡곡밥을 선보였다. 전체 29종의 햇반 제품 중 잡곡밥은 9종으로 올해는 전체 매출의 20%에 이를 전망이다.

2014년에는 서울대와 공동 개발한 ‘햇반 큰눈영양쌀밥’도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큰눈영양쌀은 쌀의 영양성분이 모여 있는 쌀눈의 크기를 기존보다 3배가량 키운 쌀이다. 지난해는 렌틸콩·귀리·퀴노아 등으로 만든 ‘햇반 슈퍼곡물밥’도 선보였다. 이 제품은 교육열이 높은 서울 강남과 목동 등에서 판매량이 높게 나타나는 등 수험생을 둔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다. 취나물을 넣은 ‘햇반 취나물밥’ 역시 햇반 20년 역사의 경쟁력을 엿볼 수 있는 제품이다.

즉석밥으로 시작한 햇반은 이제 가정간편식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햇반 컵반’이 대표적이다. 햇반에 각종 국과 소스를 추가해 간편하게 한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이 제품은 출시 1년 반 만에 30만개 이상 팔렸다. 햇반 컵반은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재 27개국 수출길에 올랐고 이 중 러시아에서는 매월 매출이 20%씩 늘고 있다. 작년 말에는 국산 간편식 최초로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입점하는 등 한국을 대표하는 K푸드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올해 국내 즉석밥 시장은 3,000억원 규모로 2025년에는 1조5,00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1인가구 증가가 즉석밥 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CJ제일제당은 올 초 즉석밥 시장에서 손을 뗀 농심의 안양공장까지 인수하며 고삐를 더욱 죄는 모습이다. 농심 안양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CJ제일제당의 연간 즉석밥 생산능력은 1억6,000만개에서 2억개로 늘어난다.

김병규 CJ제일제당 편의식마케팅 담당은 “햇반 출시 때만 해도 국내 즉석밥 기술력은 일본에 뒤졌지만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며 “한류 열풍과 연계한 다양한 마케팅과 선도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햇반을 한국 대표 식품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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