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굴기를 꿈꾸는 중국이 본격적인 공장 착공에 돌입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대만·한국에 이은 3대 반도체 장비 소비국가로 올라섰다. 중국은 내년부터 오는 2020년까지 26곳의 거점을 신규 가동하며 ‘반도체 코리아’를 위협할 것으로 우려된다.
19일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의 최신 집계를 보면 중국은 올해 반도체 제조장비 67억달러(약 7조9,500억원)어치를 사들여 미국·일본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3대 반도체 장비 소비국가로 올라섰다. 중국은 내년에도 약 70억달러의 반도체 장비를 사들여 3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은 올해 112억5,000만달러, 내년 102억2,000만달러를 투자, 변함없는 반도체 장비 최대 소비국가로 남고 한국은 같은 기간 각각 71억4,000만달러, 97억2,000만달러를 반도체 장비 구입에 투자한다는 게 SEMI의 추산이다.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 규모는 올해 397억달러이며 내년에는 434억달러로 성장한다.
이미 중국은 내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새로 가동할 반도체 기지(공장과 연구시설 포함)만 26곳에 이른다고 SEMI는 집계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에서 신규 가동하는 반도체 기지가 62개인데 그중 42%가 중국 영토 내에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 재료·장비 기업들은 중국에서 몰려드는 주문에 당장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겠지만 중국이 반도체 자체 생산을 늘릴수록 한국 업계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은 제조업 첨단화를 위한 ‘중국제조 2025 계획’ 아래 수입에 의존해오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도약을 노리고 있다.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분야 1·2위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꺾겠다는 목표다. 2014년 이후 중국은 중앙 정부가 운영하는 1,387억위안(약 24조원) 크기의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과 지방 정부, 민간 기업들이 뭉쳐 수탁생산(파운드리)·설계전문기업(팹리스)·메모리·패키징 등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친 대규모 투자를 일으키고 있다.
올 들어서는 굵직한 공장 착공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우한신신집적회로제조유한공사(XMC)는 낸드와 D램을 양산하기 위한 공장을 올해 3월 착공하고 총 240억달러를 여기에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푸젠성 진화집적회로공사도 6월 대만의 파운드리 회사인 렌화전자(UMC)와 손잡고 D램 반도체 공장을 착공했다. 이밖에 칭화유니그룹은 미국 마이크론을 인수하려다 연방 정부가 제동을 걸자 올해는 샌디스크 간접 인수를 추진하는 등 선진 반도체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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