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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절벽, 소프트파워 혁명으로 넘는다]디즈니-픽사 손잡고 '토이스토리' 대박

[해외기업 융합 사례 보면]

국내외 기업 '제2실리우드' 찾기 잰걸음

가전·차·철강 등 IT 결합으로 혁신 활발





현대 애니메이션의 역사는 ‘토이 스토리(1995년 개봉)’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세계적 만화영화 제작사인 디즈니와 컴퓨터그래픽(CG) 제작 업체였던 픽사의 합작품인 ‘토이 스토리’는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100% 컴퓨터 인형을 활용한 최초의 장편 CG 애니메이션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디즈니가 이름도 생소한 컴퓨터그래픽 디자인 업체인 픽사와 손을 잡았다는 것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2D(2차원)로 제작된 평면 애니메이션이 주류였지만 픽사의 컴퓨터그래픽 기술을 입은 ‘토이 스토리’는 3D(3차원) 영상으로 제작됐다. 3D 만화 영상은 ‘토이 스토리’의 주인공인 우디와 버즈가 금방이라도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은 생생함을 전달했다.

애니메이션 역사의 전환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디즈니는 지난 2006년 74억달러를 주고 픽사 주식을 사들여 아예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픽사는 지금까지 단 16편의 영화만으로 10조원 넘는 이익을 거두는 대박을 터뜨렸다. 제작 영화 편수에 비해 벌어들인 수익은 다른 애니메이션과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셈이다.

디즈니와 픽사의 운명적 만남은 본격적인 실리우드(실리콘밸리와 할리우드의 합성어, Siliwood)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디즈니와 픽사의 이런 대박 비결은 바로 융합이다. 전혀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별개 사업영역을 단순히 섞는(mix) 차원이 아니라, 통섭(consolidation) 수준의 산업적 융합을 이뤄낸 결과물이 바로 ‘토이 스토리’다.

국내 산업계에도 이제 융합이라는 키워드가 낯설지 않은 이슈가 됐다.



전자·자동차·화학 같은 개별 영역에서만의 경쟁우위로는 당장 눈앞에 다가온 산업의 거대한 패러다임 변화를 감지하고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절감하는 시대가 왔다. 국내 기업들이 이종(異種) 산업 간 결합을 앞다퉈 준비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런 움직임은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더 이상 가전의 축제가 아니다. 세탁기·냉장고·TV가 독차지했던 자리에는 최신 정보기술(IT) 기기와 디스플레이로 무장한 스마트카가 등장했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동차가 언제부터인가 점점 전자기기화하고 있다”며 감탄하기도 했다.

자동차가 과거에는 단순한 이동수단에 불과했지만 이제 정보와 오락(인포테인먼트) 기능까지 더해져 새로운 산업 영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스마트카에서 전장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원가 기준으로 최대 70%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최근에는 중후장대 산업의 대표격인 철강업계에도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용한 새로운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포스코는 2015년 광양제철소 내 후판공장을 스마트팩토리 시범공장으로 지정했다. 두께만 6㎜가 넘는 철판이 생산되는 라인에 최첨단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장착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최적의 공정 환경이 조성된다. 굉음 속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지 않아도 소프트웨어 기술로 제철소를 제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알렉스 조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 대표이사는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주관으로 열린 산업융합 콘퍼런스에서 “기존 제품에 낮은 가격과 높은 품질, 많은 기능을 부가한 ‘더 좋은’ 제품을 통한 가치창출은 기술 변화와 제품 수명 단축, 경쟁이 심화한 현재 종말을 맞고 있다”면서 제조업에도 융합을 통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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