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기, 지금의 팔레스타인 북부에 해당하는 갈릴리에 살았던 한 유대인 농부를 당시 사람들은 ‘인간의 몸으로 온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믿었다. 스스로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자부한 예수다. 예수는 고대사회의 영웅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신의 아들이라 생각했으나 “자신의 왕국을 조성해 섬김을 받아내려 하지 않은 매우 이질적인 존재”였다. 오히려 현대적 리더십인 지도자의 섬김을 강조하고 소외된 약자 편에 섰다. 그가 주장한 하나님의 나라는 사유재산을 인정하면서도 부자가 가난한 이를 위해 재산을 나눠줘야 한다는 등의 비상식적인 이상향이었다. 국사범(國事犯)으로 십자가 처형을 당한 뒤 부활한 것으로 알려진 그가 남긴 가르침은 주변 지역으로 뻗어 나갔고 2,000년의 시대를 관통해 오늘에 이르렀다.
김기흥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인류의 선각자 예수의 실체를 이처럼 역사학자의 관점에서 재조명했다. “사람들 중에 신의 아들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책을 연 저자는 “인간으로 살았던 역사적 예수(historical Jesus)의 실체 규명에 목표를 두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고대 이스라엘의 역사는 강대국의 압제에 신음하는 약소국의 것이었지만 유대민족은 정치적 구세주인 이른바 ‘메시아 대망’의 기대로 버텼다. 더욱이 예수가 활동하던 무렵은 로마의 수탈로 민중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헬레니즘의 영향으로 민족적 정체성마저 흔들리며 공동체 붕괴와 농촌경제 와해가 깊었던 시기였다. 이웃의 처지에 공감하고 자신의 존재를 고민하던 예수를 중심에 놓은 저자는 그가 살았던 시대적 이해, 철저한 문헌 연구를 기반으로 책을 전개한다. 성경에 기록된 종교적 신비 체험은 설화 연구방법론을 동원해 분석했다. 크리스마스의 따뜻한 드라마를 구성하는 ‘동정녀 탄생’이나 동방박사의 경배 등 예수의 출생과 관련해서는 헤롯왕의 박해·아기 예수의 이집트 피난 등을 아우르며 “일대 역사적 위기 속에 전능한 신의 위로와 임재가 더욱 강력하게 요청된 가운데 민중의 바람을 업고 예수 탄생이 보다 신비롭게 이야기된 결과가 아닐까 추정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역사적 예수의 가르침의 핵심이랄 수 있는 하나님 나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연대운동”이었음을 강조한다. 기독교 교리의 신학에 따라 해석한 그리스도상이 아님에도 공손한 객관성에 입각한 저자의 기술에서 학문적 경건함이 느껴진다. 2만7,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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