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인은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세계가 핵무기와 관련한 분별력을 갖게 되는 시점까지 핵 능력을 큰 폭으로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전날 미군 고위장성들과 면담한 데 이어 푸틴 대통령이 이날 몇 시간 앞서 핵전력 강화를 강조하자 이같이 즉각 맞불을 놓았다.
푸틴 대통령은 22일 오전 모스크바에서 “전략핵무기 부대의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현존하거나 앞으로 개발될 미사일 방어체계를 돌파할 수 있을 정도로 미사일 성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러시아는 지난 10월 미국과 체결한 무기급 플루토늄 관리 및 폐기 협정을 잠정 중단하고 다시 핵 경쟁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의 도발을 트럼프 당선인이 강경발언으로 맞받은 데 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미러 양국이 핵무기 수와 크기를 줄이기 위해 수십년에 걸쳐 진행된 노력을 되돌릴 수 있는 새로운 군비경쟁의 망령을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전 세계 핵전력의 92% 이상을 차지하는 핵 강대국이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전 세계 핵탄두는 1만5,395개로 러시아가 7,290개로 가장 많고 미국이 7,000개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중국 260개, 인도 100∼120개, 이스라엘 80개, 북한은 10개의 핵탄두를 가진 것으로 추정됐다.
군축·핵무기비확산센터는 “트럼프가 새로운 핵무기 경쟁 레이스를 제안했다”며 “핵무기 능력 확대는 글로벌 재앙이라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핵 능력 강화·확대 발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해온 ‘핵무기 없는 세상’ 정책과도 정반대로 가는 것이다.
미러 간 핵 경쟁 우려가 불붙자 트럼프정권인수위원회의 제이슨 밀러 대변인은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은 핵확산 위협에 대한 언급으로 핵무기가 불량정권이나 테러리스트에게 퍼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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