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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200원 돌파] 항공·정유, 눈덩이 환차손 '비상'...電·車는 실적호전 '표정관리'

■산업계 영향은

항공, 원유구입비·외채상환 부담 증가 '이중펀치'

정유, CEO에 실시간 시황보고...비상플랜 저울질

자동차, 원·달러 환율 10원 오르면 매출 4,200억 ↑

반도체·디스플레이도 수출효과로 환차익 늘어날듯





원·달러 환율이 23일 달러당 1,200원까지 넘어서면서 기업들 사이에 다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당장 연료구입비를 달러로 결제하는 항공사나 원유를 들여올 때 달러로 지불하는 정유 업계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환율상승 추이를 실시간으로 최고경영자(CEO)에게 보고하는 등 비상플랜을 마련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반면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철강 등은 수출로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환율상승을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환율상승에 이익을 보는 곳도, 손실을 보는 곳도 과도하게 가파르게 진행되는 환율 움직임에는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항공·정유 업계, 비상 플랜 가동 저울질=저가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환율상승으로 원유구입비가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을까 고민이 많다”며 “비상플랜 회의를 갖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고민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항공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달러부채가 많은 대한항공은 울상이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외화로 조달한 부채에 대한 외화환산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어서다. 올해 반기 말 차입금(연결기준)은 16조3,400억원가량으로 이 중 78%(12조1,000억원)가 외화차입금과 외화금융리스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화자산을 감안한 순외화부채는 96억달러에 달한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경우 960억원 규모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한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합의로 유가가 슬금슬금 오르는 상황에서 환율상승까지 겹치면서 그야말로 ‘이중 펀치’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헤징(위험회피) 실시를 포함해 환율관리 매뉴얼에 따라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정유 업계도 가시방석이다. 환율상승으로 외화부채 부담이 늘어 환차손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신규 구매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통상 환율과 유가 동향은 CEO에게 일일 보고를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최근의 비상상황에서 실시간 보고에 들어간 기업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환율상승 기조가 이어져 내년 1·4분기 중 달러당 1,300원선까지 치고 올라갈 경우 경영전략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원유를 수입할 때 달러로 지불하기 때문에 예상하지 못했던 환차손을 감수해야 한다”며 “시장동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자동차 업계는 표정관리=삼성전자(반도체·디스플레이)와 LG전자(가전), LG디스플레이(패널), SK하이닉스(반도체), 현대차 등은 환율상승을 반기고 있다. 해외수출로 환차익을 얻을 수 있어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월 80억원의 차익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차익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자 업계 관계자도 “지난 3·4분기 말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이 10% 오르면 법인세 차감 전 순익이 260억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삼성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 1·4분기 2,7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냈지만 이후 흑자로 돌아서 3·4분기에는 1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환율상승 호재를 등에 업고 4·4분기에는 1조1,000억원가량의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LG디스플레이도 4·4분기에 7,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글로벌 경기둔화와 내수침체로 시련을 겪고 있는 자동차 업계에도 환율상승은 가뭄의 단비다. 환율이 10원 오르면 국내 자동차 매출은 4,200억원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 업계는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열연과 냉연 강판을 수출하기 때문에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철광석 등 쇳물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재료 대부분을 달러를 주고 사들여오기 때문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이 제품가격에 반영되면 수익성에 보탬이 되겠지만 경쟁력 때문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수익성이 악화될 수도 있다.

/서정명·서일범·박재원기자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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