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3·4분기 터진 ‘갤럭시노트7’ 발화와 단종 사태를 훌훌 털어버렸다. 4·4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는 갤노트7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올해 마지막 분기에 8조5,000억~9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험하고도 질긴 갤노트7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실적 부활의 힘 ‘반도체’=25일 전자·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4·4분기에 8조원대 후반의 영업이익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갤노트7 사태 이전인 2·4분기의 8조1,144억원을 크게 웃도는 호실적이다. 갤노트7 손실을 반영한 3·4분기의 5조2,040억원보다는 3조5,000억원이나 급증했다.
올해 전체로는 28조7,0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해(26조4,000억원)보다 되레 늘어난 규모다. 갤노트7 충격을 반도체·디스플레이·가전 등 다른 사업부문이 충분히 흡수할 정도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체계적으로 짜였기 때문이다.
실적 부활의 추동력은 반도체다.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수급 개선으로 하반기부터 가격이 급등하면서 반도체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반도체 부문에서 올해 1·4분기 2조6,300억원, 2·4분기 2조6,400억원, 3·4분기 3조3,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는데 4·4분기에는 4조원 이상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급등이 주요 원인이다. 낸드플래시 표준제품 중 하나인 MLC 64Gb(기가비트) 8Gx8 평균 계약가격은 이달 1일 기준 2.63달러로 전월보다 1.54% 상승했다. 지난 4월 이후 줄곧 오름세다. 3·4분기 세계 낸드플래시 상위 6개사(삼성전자·도시바·웨스턴디지털·SK하이닉스·마이크론·인텔)의 낸드 평균 매출액은 102억달러로 2·4분기보다 19.6%나 늘었다.
삼성전자가 기흥과 화성에 이어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15조원을 들여 평택에 3D 낸드플래시 공장을 짓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D램의 경우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과점 생태계를 구축한 3사가 추가 투자에 나서지 않고 수급조절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가전과 디스플레이도 든든한 버팀목=삼성전자는 갤노트7 사태로 직간접적으로 7조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4분기에 3조6,000억원의 손실을 이미 입었고 4·4분기에는 2조원대 중반, 내년 1·4분기에는 1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4·4분기에 2조원대 중반의 기회손실을 반영하더라도 영업이익은 8조원대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갤노트7 사태가 없었더라면 4·4분기에만 10조원 이상의 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던 셈이다. 반도체와 함께 생활가전·디스플레이 등 3각축이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기에 가능했다.
윤부근 사장이 이끌고 있는 CE(생활가전)부문은 올해 3조원 이상의 이익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조2,540억원보다 2.4배나 급증한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CE부문 매출은 지난해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지만 영업이익이 급증했는데 지역·거점별 프리미엄 전략을 전개한 것이 주효했다”며 “지난해 2.7%였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6.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오현 부회장이 총괄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부문도 1·4분기 2,650억원의 적자에서 벗어나 실적개선이 뚜렷하다. 4·4분기에 1조원의 이익을 예상하는 등 올해 전체로는 2조원가량의 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98%가량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애플이 향후 2년간 삼성전자 OLED 패널을 사용할 것으로 전해지는 등 글로벌 차원에서 모바일용 OLED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양호한 메모리 반도체 실적과 환율 상승 등에 힘입어 4·4분기에만 52조1,000억원의 매출과 8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져 사상 최고를 보였던 2013년과 유사한 36조8,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서정명기자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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