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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CES서 자취 감춘 한국 혁신 기업가

이종혁 산업부 기자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전시회’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CES 2017’이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세계 유수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CES 2017에서 등장할 신제품과 신기술, 그리고 내로라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CES 무대에서 펼칠 합종연횡을 다각도로 전망하기 시작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마주하는 익숙한 풍경이다. 하지만 내년 CES에서 달라진 게 하나 있다. CES의 얼굴이라 할 기조연설자 명단에 한국인 기업가가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는 정보통신(IT)·자동차·미디어콘텐츠 분야의 최고경영자(CEO) 혹은 핵심 경영진을 해마다 CES 기조연설자로 내세운다. 내년 CES 기조연설자는 반도체 기업 퀄컴의 스티븐 몰런코프 CEO, 젠슨 황 엔비디아 공동 창업자 겸 CEO, 리처드 유 화웨이 CEO 등으로 채워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카를로스 곤 닛산 CEO도 기조연설자로 뽑혔다. CES를 수년간 참관해온 국내 IT 기업의 한 관계자는 “CES 기조연설자를 뽑을 때는 특정 기업가의 영향력보다는 그가 지휘하는 기업이 얼마나 첨단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지가 고려된다”고 말했다.

CES 기조연설자로 처음 나섰던 한국 기업가는 2002년 진대제 당시 삼성전자 사장이다. 그는 아시아 기업가로서 CES 기조연설자로 선정된 첫번째 사례이기도 했다. 이후 윤부근 현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이 2011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기조연설자로 섰다. 2013년 우남성 전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 지난해는 홍원표 삼성SDS 사장이 CES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올해는 3년 만에 한국인 기업가가 CES의 중심 무대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다.



미래 산업을 일으킬 혁신 기술과 국제 표준이 등장하는 CES 무대에서 대한민국 기업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국내 기업들이 미래 산업 혁신을 주도할 능력을 잃어버렸다는 방증이다. 반도체·조선·철강·화학 등 주력 산업 전반에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에 쫓기는 한국 기업들이 미래 성장의 활력까지 소진된다면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온 나라가 국정을 농단한 최순실 일당의 수사와 처벌에 골몰해 있는 사이 한국 경제를 떠받쳐온 기업들이 쓰러지는 것은 아닐까. 공포심은 점점 커지고 있다.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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