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리더십의 기본 조건이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소통은 과거와 전혀 다른 성격을 띤다. 리더라고 해서 폐쇄·독점적인 정보를 틀어쥔 시대는 끝났다. 모두에게 개방된, 급변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유연한 사고와 빠른 판단력으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스탠리 매크리스털 전 북대서양조약기국(NATO·나토) 사령관은 그의 저서 ‘팀 오브 팀스’에서 “전쟁이든 사업이든 변화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어 세세한 규칙을 고수하고 리더가 모든 권한은 틀어잡는 ‘관리형 리더십’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상명하복이 철저한 미국 군대에서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을 고안해 사담 후세인을 생포하는 등 수많은 공적을 세웠다. 그는 “리더는 권한을 분산하고 부원들이 능동적으로 조직의 발전에 앞장설 수 있도록 하는 토양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구선수가 매번 슛을 할지 감독에게 물어보는 조직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소통하면서 혁신을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십에 대한 열망이 뚜렷하다. 서울경제신문이 빅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리비(Leevi)’와 공동으로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뉴스·커뮤니티·블로그·카페 등 온라인 글 1만건을 대상으로 ‘리더십’ 키워드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수평적 리더십에 대한 욕구가 뚜렷했다. 국민·나라·직원을 ‘위하다(4,340건)’라는 키워드는 4위로 ‘카리스마(535건·41위)’의 8배가 넘었다. ‘배려(1,415건·23위)’ ‘소통(1,384건·24위)’ 등은 중위권을 차지한 반면 ‘지시하다·높다(472건·42위)’ ‘불통(409건·46위)’ ‘오너(377건·48위)’ 등은 하위권으로 밀렸다. 김병섭 서울대 국가리더십연구센터장은 “수천년 전 황제가 집권했을 때도 리더십의 기본은 백성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사적 이익은 취하지 않는 것”이라며 “현재 국민 수준은 과거보다 훨씬 높아졌는데 이번 정권은 오히려 퇴보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촛불집회 이후 ‘소통’과 연관된 키워드가 급증했다. 지난해 11월 ‘의혹’ ‘담화’ ‘진상규명’ ‘질문’ ‘불통’ 등 소통과 연관된 키워드는 1,211건으로 1~11월(2,704건) 월평균 246건의 5배로 늘었다. 또 책임과 연관된 키워드인 ‘퇴진’ ‘탄핵’ ‘하야’ ‘책임’ ‘사퇴’ 등은 총 3,727건으로 1~11월(1,761건) 월평균 160건의 23배가 넘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항상 국민 의견을 듣는 ‘광장을 향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동연 아주대 총장은 “과거 성공경험의 틀에 묶여 경로 의존성을 보이는 기업과 정부가 뛸 수 있도록 인센티브 시스템을 완전히 바꿀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규 산업연구원장은 “서로 다른 악기를 조율해 새로운 음악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며 “리더가 이해관계를 조절할 수 있는 조정능력, 전체를 보는 눈, 미래를 보는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올해 치러지는 제19대 대통령선거의 프레임(화두)은 ‘개헌’과 ‘트럼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1월1일부터 12월25일까지 주요 대권후보 11명과 관련된 온라인 글 11만건을 분석한 결과 대선 프레임과 관련돼 가장 많이 나오는 키워드는 ‘개헌’으로 7,610건이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04건으로 뒤를 이었고 ‘경제(1,460건)’ ‘안보(649건)’ 등의 순이었다. /이연선·이태규기자 blueda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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