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 줄기 희망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감산 합의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국제해사기구(IMO)가 오는 2020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친환경 선박 연료 규제에 따른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에 조선사들은 희망을 걸고 있다.
당장 신규 선박 발주가 쏟아질 것을 기대하기보다는 한바탕 위기가 휩쓸고 간 이후 경쟁할 수 있는 기술 토대를 마련해놓는다면 호황기 때 수혜를 누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선업계가 가장 주시하는 지표는 국제유가다. 배럴당 30~40달러선에 머물던 국제유가가 최근 OPEC 감산 합의 등으로 50달러선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일단 최악의 저유가 국면은 벗어났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유가 상승 소식은 조선업계에 단비와도 같다. 대우조선해양 소난골 프로젝트를 비롯해 저유가 탓에 인도가 지연되거나 아예 취소된 해양 프로젝트들이 수두룩하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미국 시추업체 애트우드오셔닉으로부터 이동식 시추선(드릴십)에 대한 두 번째 인도 연기 통보를 받았다. 삼성중공업이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사로부터 지난 2014년 수주한 부유식 LNG 생산설비(FLNG) 인도 시점도 최근 2018년 1월에서 2020년으로 연기됐다.
하지만 유가가 하단을 지지하면서 오일 메이저들이 해양 플랜트 발주를 재개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저유가 시기를 거치면서 발주처들이 원가 절감 노력으로 손익분기점(BEP)을 낮춘 점도 긍정적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단기간에 발주가 되살아나기는 어렵다면서도 “세계 에너지 기업들이 유가가 바닥은 벗어났다고 인식하며 조심스럽게 투자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0년부터 시행되는 친환경 연료 규제도 국내 조선업계에는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IMO 협약에 따라 국제항로를 운항하는 선박은 황산화물(SOx) 함유 비율이 0.5% 이하인 연료를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 현재 기준은 3.5% 이하다. 이런 규제에 따르려면 선박들은 저황 연료를 사용하든지 황 성분이 없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원료로 사용해야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020년부터 규제가 시행되는 만큼 선박 건조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부터 친환경 선박 발주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3일 신년사에서 “친환경 선박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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