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한양행은 중국 제약기업 ‘뤄신’과 맺었던 1억2,000만달러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해지했다. 이 계약 파기는 중국 측의 계약금 미지급 등 일방적인 계약 불이행으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일으켰다. 이를 계기로 중국 제약·바이오 시장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국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제약 시장이자 한국의 의약품 수출 2위 국가이기도 하다. 중국 기업들도 기술력이 더 높은 한국 업체들에 공동 개발 등의 러브콜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지난 2015~2016년 한국 제약·바이오 업체가 기술이전 수출을 가장 많이 한 국가도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이 기회의 땅인 점은 분명하지만 위험도 크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지적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은 아직 글로벌 협상 경험이 많지 않아 ‘덩치만 큰 어린아이’ 같은 기업이 꽤 있다”며 “이런 기업은 계약거래가 미숙하거나 ‘상도의’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업계의 다른 한 관계자도 “기술수출 계약이 계약서 서명만 남겨둔 상태까지 갔는데 갑자기 자국 정부 핑계를 대면서 없던 일로 하겠다고 나와 낭패를 본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이른바 ‘중국 정부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예컨대 중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기술이전 계약에 따른 계약금, 마일스톤(단계적 기술 이전료) 등 모든 금액에 대해 6~7%의 세금을 뗀다. 계약 과정에서 이 세금 비용을 누가, 어느 비율로 부담할 것인지를 놓고도 한참 실랑이를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또 중국에서는 기술이전에 따른 계약금을 송금할 때도 공산국·세무국 허가를 받아야 해 정해진 지급 시한을 넘기는 경우도 흔하다.
중국 식약청(CFDA)의 심사·허가 절차도 까다롭다. 다른 국가 식약당국은 의약품 임상시험 1상을 승인받는 데 1~3개월이면 되는 반면 CFDA는 1~2년이 걸린다. 다른 나라에서 진행한 임상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경향도 강하다. 한 바이오 업체 임원은 “한국에서 진행한 임상이라도 다국적 임상일 경우 다른 나라에서 허가받을 때 ‘가교 임상’이라고 임상을 간소화해주는 게 글로벌 트렌드인데도 중국의 경우 처음부터 임상을 다시 하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에서도 세계 시장 진출을 의식해 CFDA 심사 허가를 합리화하는 추세지만 앞으로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7월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가 한국 기업들에 노골적으로 불이익을 주면서 악영향이 바이오업계로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중국 리스크는 중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제약 전문 기술이전 회사인 ‘제니스팜’의 박천일 대표는 “중국 기업들이 계약 과정에서 갑자기 변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원래 중국 사람들은 정확한 의향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며 “정말 우리 기술에 관심이 있는지는 그들이 얼마나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가를 보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 제약업체 관계자도 “중국 리스크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다고 하지만 한국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결국 우리 스스로 중국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늘려 리스크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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