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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금융 모바일플랫폼 전쟁']증강현실 게임서 번역 서비스까지...금융 넘어 생활밀착형 진화

하나 '하나 멤버스'에 쿠폰 잡는 가상게임 탑재

신한 '판클럽' 업그레이드...계열사 간 앱 연결

KB 금융거래포인트와 신세계몰포인트·항공 마일리지 교환

우리 위비톡에 구글번역기 도입...해외공략 활용





하나금융이 모바일 플랫폼 ‘하나멤버스’에 탑재한 ‘하나머니 고’를 시현한 모습. 증강현실 기반으로 영업점 근처에서 실행하면 하나금융이 제공하는 다양한 쿠폰을 잡을 수 있다. /사진제공=하나금융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하나금융의 통합 멤버십인 하나멤버스를 ‘오가닉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오가닉 비즈니스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처럼 공급자가 내놓은 생태계에서 이용자들이 직접 네트워크를 만들고 이 네트워크가 생명체처럼 진화하는 모델을 말한다. 공급자가 아닌 이용자가 중심이 되는 ‘놀이판’으로서의 플랫폼을 만들어야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그 첫 단추로 3일 증강현실 서비스(하나머니 고)를 탑재한 하나멤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몰고 온 휴대폰용 게임인 ‘포켓몬 고’와 같이 스마트폰의 위치검색 기능에 기반을 둔 증강현실을 제공한다. 하나금융 계열사 영업점 근처에서 ‘하나머니 고’를 실행하면 하나금융이 제공하는 다양한 쿠폰들을 잡을 수 있는 가상게임이 벌어진다. 금융회사의 영업과 직접적 관련성이 전혀 없는 이 같은 서비스를 굳이 돈을 들여 만드는 배경에는 전통적 영업 방식이 아니라 플랫폼을 통해 ‘금융의 판을 바꾸겠다’는 하나금융의 의지가 있다.

올해 인터넷은행이 본격 영업을 시작하고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결제 서비스가 점차 진화하는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금융조직으로 불리던 은행지주회사들이 모바일 플랫폼 경쟁에 맞불을 놓고 있다.

기존의 고객들을 수성하는 한편 저금리·저성장으로 한계에 부딪힌 국내 시장에서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또 이달 말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K뱅크의 영업 개시를 앞두고 플랫폼 강화로 모바일 금융시장의 경쟁력을 높여놓을 필요가 있다. 일부 은행들은 해외 진출의 모델로도 모바일 플랫폼을 적극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같은 거대한 나라에 국내 은행이 진출한다고 해도 점포를 확장하는 데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며 “점포 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우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모바일 플랫폼을 통한 진출뿐”이라고 말했다.



은행지주회사들은 이달 중 기존의 모바일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한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는다. 신한금융은 계열사 간 ‘연결’을 강화한 ‘신한 판클럽’의 2단계 버전을 오는 10일 공개할 예정이다. 새로워진 판클럽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맞춤형 쿠폰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그룹의 우수 고객 제도인 ‘탑스클럽’ 서비스도 판클럽 앱에서 직접 이용 가능하도록 했다. 또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포인트 교환 제휴도 오픈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은 이번 2단계 개편을 통해 은행이나 증권사 등 계열사 애플리케이션에 그룹의 모바일 플랫폼인 판클럽을 자동 탑재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의 써니뱅크나 S뱅크 같은 앱을 시현하면 계열사 고객들이 자동으로 판클럽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를 최우선으로 추진하는 ‘원 신한’ 전략의 일환이다.

모바일 플랫폼 경쟁에 한발 늦게 뛰어든 KB금융그룹도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플랫폼 경쟁에 불을 붙인다. KB금융은 그룹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리브 메이트’ 관련 제휴를 올해 크게 확대할 방침이다. 리브메이트는 지난해 11월 출시한 금융·통신 융합 플랫폼으로 금융거래로 모은 포인트와 신세계몰·항공사 마일리지 포인트를 교환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KB금융은 또한 대표 계열사 국민은행의 모바일 플랫폼인 리브뱅크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리브에는 공인인증서 없이 6자리 비밀번호로 이용할 수 있는 ‘리브 머니 보내기’ ‘더치페이’ ‘경조사 머니 보내기’ 등의 간편 기능이 있는데 이를 리브 회원 간 거래에 한해 한 차례 더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민은행 계좌 개설 또는 리브뱅크 가입 고객이라면 이미 고객 정보가 인증된 만큼 거래를 할 때마다 또다시 비밀번호 입력, 공인인증서 인증 등의 인증작업이 필요 없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민영화와 함께 동남아 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우리은행은 해외 진출 모델로 모바일 플랫폼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구글 번역기가 도입된 위비톡 자동번역 서비스를 2월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위비톡 자동번역 서비스를 이용하면 위비마켓을 이용하는 중소 상공인들의 역직구 등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은행 측의 설명이다. 또한 우리은행은 올해 해외 점포를 500개까지 확대하는 등 동남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고삐를 죄고 있어 위비톡 번역 서비스를 해외 시장 공략에도 십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동남아 지역의 경우 현지 점포의 고객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위비톡 번역 서비스를 통해 현지 고객이 보다 수월하게 우리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고위관계자는 “구글 번역 서비스는 국내뿐 아니라 동남아 시장 공략에도 크게 활용될 것”이라며 “위비 번역 서비스로 현지 고객과의 접점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홍우·조권형·이주원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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