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처럼 번져 나갔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피해가 진정국면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민족 대이동이 펼쳐지는 설 명절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데다 아직 확산세가 움츠러들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고삐를 풀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전국적으로 살처분된 가금류는 총 3,033만마리로 전날과 동일했다. 의심신고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살처분 처리를 해야 할 가금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오늘부터 AI가 진정된다고 가정을 하더라도 피해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까지 살처분된 가금류 숫자는 국내 전체 사육규모인 1억6,525만마리의 18.35%에 달하는 숫자다. 과거 피해가 가장 컸던 2014~2015년의 경우 517일간 1,937만 마리가 살처분됐던 것을 고려하면 이번 AI 사태는 최단 기간 내 최악의 피해를 기록할 전망이다.
가금 종류별로 살펴보면 닭 중에서도 알 낳는 닭인 산란계의 피해가 가장 심각하다. 전체 산란계 사육규모의 32.1%에 해당하는 2,245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의 경우 전체 사육규모의 절반에 해당하는 41만 마리가 도살됐다. 병아리가 산란용 닭으로 자라기까지 반년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계란 수급 불안 장기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신규 의심 신고는 일주일 가까이 크게 늘지 않고 있어 당국은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2월 27일 1건, 28일 0건, 29일 1건, 30일 2건, 31일 1건, 1일 2건, 2일 2건, 3일 0건으로 엿새째 0~2건을 기록하고 있다. AI가 한창 확산할 때 신고 건수가 10~14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줄어든 것이다. 다만 야생조류 확진 건수는 사상구1, 창원1, 천안1 등에서 3건이 추가로 발생하며 총 33건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충남 홍성의 원종계 2만4,693마리 보호를 위한 방역 대책 점검을 강화할 방침이다. 인근 농장에 대해 전국 방역 해제 시까지 사육하지 않도록 입식을 제한하고 철새인 가창오리 북상에 대비해 천수만 주변 먹이주기를 지난 3일 진행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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