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두가 ‘완전체’로 해외에서 모이기는 처음이에요. 재충전 제대로 하고 있죠.”
‘역전의 여왕’ 김세영(23·미래에셋)이 2017년 또 한 편의 역전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 출신의 김세영은 지난해 2승을 보탰지만 “원하던 방향이 아니어서 많이 아쉬웠다”고 자평했다. 미국 댈러스에서 훈련 중인 김세영을 5일 전화로 만났다. 그는 “지난해 심했던 ‘업앤드다운’을 줄이고 일관된 성적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시각으로 골프를 대하는 첫해라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스스로 궁금하다. 뭐가 들었을지 모르는 냄비의 뚜껑을 열기 직전의 기분”이라고도 했다.
김세영은 매니저 역할을 하는 아버지 외에 어머니·오빠·여동생까지 온 식구의 현지 응원 속에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골프장 바로 옆에 새집도 구해 골프와 체력훈련에만 몰두하는 중이다. 쉬는 시간에는 TV 대신 책을 펼쳐 든다.
평균 270야드(2016년 한국선수 1위)의 폭발적인 장타와 저돌적인 경기력이 트레이드 마크인 김세영은 그 때문인지 유독 극적인 우승이 많았다. 2년간 이글을 26개나 터뜨린 ‘이글의 여왕’이기도 하다. 국내 투어와 LPGA 무대에서 각각 5승씩을 챙긴 그는 그러나 “이제는 압박 대신 여유로움 속에서 골프를 대하겠다”고 했다. “지지난해와 지난해는 스스로 엄청난 압박을 주면서 앞만 보고 골프를 해왔어요. 이제는 골프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좀 여유로워졌는데 달라진 자세에서는 어떤 성적이 날까 저도 궁금합니다.”
김세영은 지난해 큰 좌절을 겪었다. LPGA 투어에 진출한 이유이기도 했던 올림픽에서 공동 25위에 그쳤다. 그는 “너무 허탈해서 눈물도 나오지 않을 정도였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치려고 여기까지 달려왔나”하는 탄식은 “그래도 올림픽을 목표로 달려왔기 때문에 이 정도 위치까지 올라온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골프를 보는 시각에 변화가 생긴 것도 이런 과정을 통해서다.
김세영은 미국에서 2년간 상금으로만 326만달러(약 38억원)를 벌었다. 5승 중에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다는 게 아쉬울 만하지만 그는 “메이저 제패 욕심보다 올해는 어떤 대회가 됐든 우승을 많이 하고 싶다. 4승은 해야 만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를 위해 웨지 클럽을 2개(50·56도)에서 3개(50·54·58도)로 세분화해 정교함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새해 첫 출전 대회는 3주 뒤 열리는 LPGA 투어 시즌 개막전 바하마 클래식이다. 2년 전 데뷔 첫 승을 올렸던 바로 그 대회다. 김세영은 “3년째 쳐봐서 코스도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세계랭킹 6위인 김세영의 가장 큰 목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월드 넘버원으로 가야죠. 가는 길이 쉽지는 않을 것 같지만 어렵지도 않겠다는 것을 2년간 확인했어요. 도전해야죠.”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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