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 기기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부품이 인쇄회로기판(PCB)이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초록색 직사각형 판에 전기회로와 자기 콘덴서 등 전기소자가 붙어 있는 판인데 이 작은 기판은 IT 기기의 두뇌 같은 것이어서 미세한 전류나 전압의 오류만 있어도 오작동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작동오류를 유발하는지 검사를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데 군에서 쓰이는 무선통신장비나 자동차 같은 고가장비는 검사비용이 매우 비싼 편이다.
연 매출 40억원대에 불과한 중소기업이 국내 최초로 PCB 자동 검사장치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개발기간만 3년이 걸렸고 최근 3년 매출의 10% 정도인 10억원의 개발비용이 들었다. 이렇게 탄생한 검사장비의 가격은 글로벌 경쟁사 제품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승현(사진) 테스팅하우스코리아 대표는 5일 판교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 만나 “외국 검사장비는 보증 기간이 끝나면 유지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고 특히 도입비용이 매우 높다”며 “우리가 만든 자동화 검사장비(제품명 TK-2)는 외국 장비의 두 가지 단점을 모두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개발한 TK-2의 가장 큰 장점은 전 공정을 자동화했다는 점이다. 기판에 심어진 소자들의 좌표를 프로그램에 기입만 해놓으면 전압과 전류를 체크하는 플라잉 프로브(flying probe·공중에서 이동하며 검사하는 탐침)가 각 소자를 찾아다니며 오류 여부를 확인한다. 플라잉 프로브 기술은 소량 다품종 검사에 주로 사용된다. 기존 검사장비의 경우 각 기판에 맞게끔 일일이 판형(Fixture)을 새로 만들어야만 했다.
이 대표는 “우리처럼 조그만 회사에서 국산기술로 고가 검사장비를 만드는 건 일종의 모험과도 같은데 80% 이상의 국산화율로 제품개발에 성공한 것”이라며 “글로벌 어떤 제품과 견줘도 기술력만큼은 자신 있다”고 설명했다.
테스팅하우스는 대한민국 공군과 현대모비스 등에 신제품을 판매했으며 해군과는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놓은 상태다. 올해에는 총 12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으며 주요 공략대상은 동남아 시장이다. 제품개발을 끝냄과 동시에 글로벌 판로 개척에 나섰는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대만, 중국 등 총 7개 국가에서 대리점 계약이 조만간 완료된다.
이 대표는 “TK-2의 가격경쟁력과 기술력이 해외 바이어들에게 우호적으로 전달된 상황에서 공격적 마케팅의 일환으로 에이전시들에게 마진율을 높이 책정한 게 주효했다”며 “해외대리점 모집공고를 낸 지 3개월도 안 돼서 대략적인 글로벌 판매처 운용이 짜졌다”고 말했다.
테스팅하우스는 TK-2 개발에 전력을 쏟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회사의 전체 인력은 총 19명인데 80% 정도가 엔지니어로 구성돼 있고 3년 내내 제품개발에만 몰두했다.
이 대표는 “고가 IT제품 검사장비를 다루려면 최소 10년의 수련기간이 필요한데 국내에 그 수준의 인력은 거의 다 우리 회사에 있다고 보면 된다”며 “앞으로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수출전략에 올 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판교=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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