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가고 어김없이 한 살을 더 먹었다. 이제 거울을 보면 제자리(?)를 잡아가는 주름도 심심치 않게 발견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크림을 잘 바르지 않는다. 일단 여러 개의 화장품을 바르는 것 자체가 너무나 귀찮기 때문이다. 가끔 불현듯 생각이 나 아이크림을 바르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눈이 시리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눈가에 뾰루지가 나는 등 다양한 문제점을 만나곤 했다.
이번에 체험하게 된 제품은 잇츠스킨 ‘프레스티지 이으 진생 데스까르고’(사진)라는 긴 이름의 아이크림이다. 잇츠스킨의 유명 제품인 ‘프레스티지 끄렘 데스까르고’가 간단하게 ‘달팽이 크림’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이 아이크림도 ‘달팽이 홍삼 아이크림’이라 불린다. 이 제품은 잇츠스킨의 대표 상품인 달팽이 크림을 매출로 압도한 인기 상품이다. 실제로 달팽이 크림은 잇츠스킨 제품 가운데 매출 순위 3위에 불과하다고 한다. 2위는 달팽이 마스크시트, 1위가 바로 달팽이 홍삼 아이크림이다. 그것도 올해 1~3분기 내내 매출 기여도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주력 상품이다. 올해 상반기 롯데백화점 면세점에서는 전체 브랜드 가운데 아이크림 부문 1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해 기대가 컸다. 체험 기간이 짧아 효과를 논하기는 부족하지만, 가격이나 성분, 제형, 케이스 등 다양한 측면에서 아이크림에 대한 나의 복잡한 요구를 두루 충족시켜주는 무난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팽이 홍삼 아이크림은 사람도 먹기 힘든 홍삼을 먹여 달팽이를 키우고, 이 달팽이가 내뿜는 점액을 여과해 담은 제품이다. 홍삼을 먹여 키운 만큼 달팽이의 점액에도 홍삼의 사포닌 성분이 듬뿍 들어있어 피부 탄력에 도움을 주고, 점액질을 구성하는 뮤신이라는 성분은 칙칙함을 개선해준다고 한다.
제품 상자를 열자 긴 원통형의 제품 두 개가 나타났다. 로드숍 브랜드 제품치고 4만8,000원이라는 가격이 부담스럽게 느껴졌지만, 제품이 두 개라 가족이나 친구끼리 나눠 쓴다면 괜찮을 것 같았다. 사용법은 마치 볼펜처럼 케이스 뒷 부분을 ‘딸깍’하고 누르면 앞 부분에 아이크림이 나오고, 이를 눈가에 직접 문지르는 ‘롤온’ 방식이다. 롤온 방식의 장점은 손에 크림을 묻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또 한 번 클릭할 때 나오는 양도 적당해 바르고 나서 겉도는 느낌이 없었다. 달팽이 점액을 사용했다고 해서 제형이 끈적거리거나 향이 거부감이 들지는 않을까 우려했지만 정반대였다. 크림보다는 로션에 가까운 약간 묽은 질감에 비누향 같은 산뜻한 향기를 풍겼다. 평소 하던대로 스킨케어를 하고 눈가와 입가 등 주름이 잘 생기는 부위에 덧발랐음에도 제형이 가벼워서인지 다음날 트러블이 생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또한 눈이나 피부에도 자극이 느껴지지 않아 편하게 바를 수 있었다. 생각 없이 아이크림을 바르다가 제품 뒷부분에 적힌 숫자가 눈에 확 띄었다. 홍삼 먹은 달팽이 점액 여과물이 무려 21%, 홍삼 추출물도 21%가 들어있다는 문구였다. 보통 어떤 성분을 넣어서 좋다고 광고를 하는 화장품이라도 정작 해당 성분이 차지하는 비율은 1%도 안될 때가 대부분인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배합률이다. 패키지도 붉은색과 금색을 사용해 다가오는 명절 어른들께 선물해도 손색이 없을 듯 싶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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