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핀테크 시대에 오프라인 영업점의 기능을 확장하는 하나금융의 ‘슬로뱅킹’ 실험이 은행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KEB하나은행이 서울 홍익대 정문 바로 앞 서교동 지점 건물을 복합문화공간이자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한 재건축에 나선 것.
이는 하나금융이 지난해부터 추구하는 슬로뱅킹 전략이 일반 지점에까지 적용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슬로뱅킹은 은행이 들어선 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머물게 하는 전략이다. 하나금융은 이러한 전략하에 현재 삼성동 별관과 부산·제주의 인터내셔널 PB센터를 대수선하고 있다. 이 같은 하나금융의 실험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최근 홍대 정문 삼거리 코너에 위치한 서교동 지점의 재건축 계획을 수립했다. 이미 기존 지점이 옮겨갈 임대 공간을 마련했으며 지하3층~지상7층 규모의 대략적인 재건축 설계안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KEB하나은행은 이곳을 지금까지 금융권에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 예정이다. 먼저 1층 대부분은 야외공연장 등으로 구성된 공개 공지로 조성해 지역 주민에게 제공한다. 또 지하2층은 공연장으로 만들고 지하1층과 지상1~2층 사이 중간층은 공연장과 연계한 상가와 카페 등이 들어선다.
그외 지상 일부층에는 하나금융 계열사들이 모일 예정이다. KEB하나은행뿐 아니라 하나금융투자와 하나카드 등이 들어섬에 따라 고객들은 각종 금융 업무를 논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문화공간을 대거 확충하고 주민들에게 개방해 지역 밀착형 공간으로 거듭나려 한다”며 “건물 높이가 상당한데다 디자인과 외장 소재도 굉장히 차별화해 홍대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이 일반 지점 건물에 복합문화공간을 가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모바일·핀테크 시대를 맞이하는 하나금융의 슬로뱅킹 전략이 일반 지점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은 현재 김정태 회장의 의지로 삼성동 별관과 부산·제주의 인터내셔널PB센터를 복합문화공간으로 대수선하고 있다. 특히 이 세 곳의 콘셉트와 설계는 요즘 산업계에서 가장 각광 받는 건축가 김찬중씨가 주도하고 있다.
이 같은 하나금융의 앞선 실험이 오프라인 영업 지점의 판(板)을 바꿀지 주목된다. 김 회장은 신년사에서 “판을 바꾸기 위해 기업문화와 영업 방식에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 영업장이 노후화되면서 이제는 지역에서도 반기지 않는 시설로 전락하고 있다”며 “오프라인 영업점을 어떤 식으로 바꾸는 것이 좋을지 다들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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