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대부분은 사실 무역, 비즈니스, 세계화를 싫어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 나타난 인기 영합주의적 분노의 물결은 11월을 한참 지나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치지형에 대한 조사를 보면, 미국인들은 세계화에 제동을 거는 걸 간절히 원한다고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다. 두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근대 역사상 처음으로 자유 무역에 대해 누가 더 적대적인지를 두고 경쟁을 벌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레임덕 때문에 그가 두 번째 임기 우선 과제로 삼았던 대규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약에 필요한 의회 승인을 얻어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상황이다.
미국 내 반 세계화 감정의 돌풍은 브렉시트부터 범대서양 무역투자 동반자 협정(TTIP)-EU 시장과 미국을 연결하는 일괄 협상-협상 결렬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적 반 세계화 폭풍에 합류하고 있다. 무역 부문은 실제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저항에 직면해 있으며, 금융 위기 이후 가장 느린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IMF가 2017년도 성장 전망치를 전 세계 기준 3.4%, 미국 기준 2.2%로 하향 조정하는 데 한 몫을 했고, 불경기가 보호주의를 더욱 부채질 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미국 내 보호주의 정서가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다. 물론 힐러리 클린턴이 민주당 경선 동안 당내 압박 때문에 국무장관 시절 옹호했던 TPP 지지를 철회한 건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는 한 발 더 나아가 수십 년 동안 이어져온 공화당 내 기조를 조롱했다. 그는 멕시코 및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높은 관세 부과를 포함해 무역 장벽을 세우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철수하겠다’는 이 공화당 후보의 주장이 당선으로 이어지게 할지는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하지만 우려는 현실이 됐다).
우선 대선 캠페인은 무역에 관한 논쟁을 왜곡시켰다. 후보들은 탈 산업화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러스트벨트 Rustbelt (*역주: 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 의 경합 주들에 막대한 관심을 쏟아부었다. 반면 후보들은 당 선호도가 이미 뚜렷한 캘리포니아, 루이지애나, 텍사스 같은 친 무역 성향의 주를 대체적으로 건너뛰었다. 빌 라인시 Bill Reinsch 미 대외무역 협의회 전 의장은 ”반 무역주의 목소리는 매우 크고, 잘 조직돼 있으며, 창의적이고 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반 무역주의는 미국 내 다른 대부분 지역에선 통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인들은 독자들이 대선 캠페인 구호를 감안해 짐작하는 것보다 세계화에 대해 훨씬 더 우호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카고 의회의 국제 정세에 관한 9월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65%는 “세계화가 미국을 위해 대체적으로 좋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70%는 “세계화가 개인적인 소비자 입장에서도 상황을 호전시킨다”고 답변했다. 60%는 TPP에 찬성했다. 반 무역주의를 외치는 목소리가 가장 요란할지는 모르지만, 선거 기간 내내 이 같은 목소리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많은 증거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진보 단체들은 지난해 TPP 통과를 수월하게 하는 절차적 조치를 지원한 민주당 하원의원 28명에게 보복을 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일부 의원들은 예비 선거 때 진보 진영으로부터 압박을 받았지만 단 한 명도 탈락하지 않았다.
민주당 상하원 지도자들은 여전히 당원들의 의견을 파악하면서, TPP 통과에 필요한 지지가 결집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백악관은 중국의 부상을 견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가 안보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전술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동맹국들조차 백악관의 새 전략이 ‘최후의 배수진’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TPP 법안이 신임 대통령 취임 전에 승인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에 동력을 잃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세계화론자들이 직면한 과제를 축소판처럼 보여주고 있다: 더 큰 통합을 이루자는 주장이 타당할진 모르지만, 회의론이 부상하고 있어 그저 ‘지난 반 세기 동안 그래왔다’는 이유만으론 글로벌 무역의 수혜가 계속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Tory Newmye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