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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4대 재벌 집중개혁"

대선 경제공약 발표

재벌범죄 '무관용 원칙' 적용

사면권 제한 등 규제 강화

준조세 금지법 제정 약속

"2012년 대선 공약과 유사

성장동력 제시 미흡" 지적도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재벌적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을 주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3차 포럼’에 입장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대 재벌개혁’을 전면에 내세우며 사실상 대선 경제공약을 발표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포럼에 참석, ‘재벌적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통해 자신이 구상한 재벌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문 전 대표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1위 삼성과 65위 기업이 같은 규제를 받는다”며 “규제를 10대 재벌에 집중하도록 조치해 경제력 집중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삼성그룹·현대차그룹·LG그룹·SK그룹 등 국내 주력 기업을 정조준한 것이다.

문 전 대표는 재벌 범죄에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하고 중대한 반시장 범죄자는 시장에서 퇴출하며 대통령의 사면권도 제한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표는 반기업 정서 해소를 위한 행보를 해왔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반기업 정서가 팽배해지면서 ‘재벌 때리기’로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 국민연금이 동원된 것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대기업에 투자할 때 사회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것인데 오히려 자율성을 해치고 정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어 투자 왜곡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 전 대표는 기업 준조세 논란에 대해서도 “기업들이 2015년 납부한 준조세가 16조4,000억원이었다”며 “준조세 금지법을 만들어 기업을 권력의 횡포에서 벗어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눈에 띄는 것은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서면투표 등을 도입하고 노동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해 투명한 경영구조를 확립하며 총수일가의 전횡을 견제하겠다”고 말한 대목이다. 이는 김종인 전 더민주 대표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경제민주화법’으로 문 전 대표가 김 전 대표에게 모종의 ‘화해 제스처’를 취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재벌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도 “지주회사제도가 재벌 3세의 기업 승계에 악용되지 않도록 자회사 지분 의무 소유 비율을 높이겠다”고 했고 “금산분리를 통해 재벌과 금융을 분리시키겠다”며 “재벌이 장악한 제2금융권을 독립시키고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겠다”고도 말했다. 대기업 사내유보금이 중소기업과 가계로 흐르게 하고 재벌의 갑질 횡포를 예방하기 위한 특단의 제도를 도입하겠다는 말도 했다. 가습기 살균제처럼 소비자가 피해를 당할 경우 강력히 보호할 수 있도록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문 전 대표가 내놓은 개혁안에는 법인세 인상안이 제외됐다. 문 전 대표 측은 이에 대해 “법인세 인상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와 재벌 개혁은 조금 성격이 다르다”며 “조세 감면 폐지를 우선 제시했고 소득세를 조정하는 등 할 수 있는 노력을 한 뒤 법인세 인상을 마지막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문 전 대표의 지난 2012년 대선 공약과 9일 발표된 재벌개혁 공약을 비교해보면 대기업 중 집중 제재 대상을 4대 기업으로 축소하고 이중과세 논란이 불거졌던 정부 차원의 준조세를 금지하겠다고 밝혀 기업에 대한 유화적인 자세를 일부 취했지만 이들에 대한 규제 강도는 한껏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지난 대선 공약과 흡사하고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걸맞은 신산업 동력 제시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정부로부터 부당한 압력이 와도 지원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인 준조세금지법 제정은 환영할만할 일”이라면서도 4대 기업을 정조준하고 대규모 상법 개정안을 예고한 문 전 대표에 대해 “크고 잘나간다고 집중 규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잘못이 있을 때 규제하는 것이 맞지만 딱 선을 그어 놓고 규제대상으로 선정하면 기업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형윤기자 man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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