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이 2026년부터 32개국에서 48개국 체제로 확대 개편되면서 월드컵 개최지 논의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11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2026 월드컵 유치전에 3국 공동 개최안을 들고 뛰어드는 방안을 놓고 내부논의를 시작했다. “본선 경기 수가 64경기에서 80경기로 늘어났으니 개최국을 분산해 개최하는 것이 대회 운영에 수월하고 더 많은 나라의 축구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수닐 굴라티 미국축구협회장은 “본선 참가국 수가 많아졌다는 것은 각종 인프라와 경기장 시설을 새로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이기도 하다”면서 과도한 지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이웃 나라들과의 공동 개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특히 미국과 멕시코의 연대는 211개 FIFA 회원국 중 20개에 이르는 스페인 언어권 나라들의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AP는 내다봤다.
1930년 출범한 월드컵 역사상 2개국 이상의 공동 개최는 딱 한 번 있었다. 2002 한일 월드컵이었다. 앞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지난해 회장선거에 나서며 월드컵 공동 개최에 ‘오픈 마인드’로 접근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2026 월드컵 개최지는 2020년 5월 FIFA 총회에서 결정된다.
한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10일 결정된 월드컵 참가국 확대에 대해 “FIFA 평의회 결정을 환영한다. 전 세계적인 축구 열기 확산과 보급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세계축구의 미래인 아시아에 월드컵 참가 티켓이 대폭 늘어나기를 희망한다. 경기 수준의 저하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지난해 (참가국 수를 늘린) 유로2016(유럽선수권)의 예에서 보듯 각국의 경기력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할 정도는 아닐 것으로 본다”는 성명을 11일 내놓았다.
그동안 아시아에는 월드컵 본선 티켓이 4.5장 배분됐다. 이번 개편으로 최대 9장까지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최대 수혜국으로 꼽히는 중국의 반응도 눈에 띈다. 중국 매체 해방일보는 11일 “역사상 단 한 차례(2002년) 본선에 나갔던 중국에는 희소식”이라면서 국가대표 출신 리이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 소리 한 번 질러도 되겠는가? 아침이 밝았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축구굴기’ 선언으로 2년 전부터 막대한 자금력을 내세워 세계 축구계에 태풍을 일으키고 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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