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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컬처]한구절의 대사가 힐링의 詩…신드롬 일으키神-도깨비

김은숙 작가, 언어의 연금술 덕 로맨틱·권선징악 진부한 소재로 시청률 고공행진







2016년 ‘태양의 후예’로 신드롬을 일으킨 김은숙 작가가 2017년 새해 들어 tvN 금토 드라마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이하 도깨비)’로 다시한번 마법을 부리고 있다.

케이블이라는 플랫폼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도깨비’는 시청률 14.9%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간접광고(Product PLacement·PPL) 수익만으로 이 드라마의 제작비 70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천년의 세월을 산 도깨비 등 귀신과 인간의 사랑이라는 허무맹랑한 소재와 설정으로 어떻게 이렇듯 놀라운 결과를 낳을 수 있을까. 황당한 설정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공감을 얻어내고 있는 건 김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예술적인 대사 덕이라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도깨비’에서 오그라드는 로맨틱 대사가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도, 권선징악이라는 진부한 메시지가 힐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김 작가 특유의 ‘대사발’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따뜻한 시선이 밑바탕이 된 김은숙표 ‘대사발’의 세계를 함께 들여다 보자.



◇김은숙 표 ‘달달한’ 로맨틱 대사=도깨비 김신(공유)이 도깨비 신부의 운명을 타고난 지은탁(김고은)을 향해 던지는 애절하고 애틋한 대사들은 여전히 ‘여심’을 흔드는 김 작가만의 마법이다. 드라마 설정이 사극과 현대극을 오가며 도깨비의 나이가 939세인 점 때문에 도깨비의 대사는 ‘연정’ ‘연서’의 느낌이 강해 고풍스럽기까지 하다.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에서는 사랑에 빠진 도깨비의 행복이, “그 아이의 웃음에, 하루 중 가장 화창한 오시의 햇빛에 생이 부서지던 순간이 떠오른 그때, 나는 결심했다. 나는 사라져야겠다. 더 살고 싶어지기 전에”라는 대사에서는 도깨비와 도깨비 신부의 사랑의 비극이 시의 한 구절처럼 펼쳐진다. 실제로 김 작가는 도깨비의 도깨비 신부를 향한 사랑을 시 ‘사랑의 물리학’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순간 나는 / 뉴턴의 사과처럼 /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떨어졌다 /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 심장이 /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 첫 사랑이었다.” 이 외에도 전생이 자신과 자신의 오라버니를 죽인 현생의 저승사자(이동욱)를 사랑하게 된 김선(유인나)의 “여전히 잘 생겼고 여전히 이상하지, 이상하다 싶으면서도 얼굴 보면 자꾸 까먹어”라는 대사도 초기 연애심리를 더없이 잘 드러낸 명대사다. 서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불안해서 자신의 예상대로 상대방이 움직이지 않으면 “이상한 또라이 아냐?”라고 자문하며 의심하는 그런 심리 말이다.





◇인간과 인간사에 대한 따듯한 시선=김 작가는 이승과 저승을 떠도는 귀신과 인간 군상을 통해 ‘신(信)’과 ‘선(善)’을 지키고 사는 이들은 복을 받는고 간사하고 악하게 사는 인간들은 결국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 메시지를 전달한다. ‘착하게 살아 봤자 손해만 당하고 이용만 당한다’다는 현실논리에 잊고 있었던 가치 ‘신’과 ‘선’의 의미를 되새기며 시청자들은 위로받고 힐링하는 것. 특히 죽은 자들은 하늘로 보내는 저승사자의 대사 등에서 착하게 산 사람들에 대한 보상이 그대로 드러난다. 저승사자는 고시원에서 죽은 여학생에게 “이 생에서 고생했다. 다음 생으로 가라”고 말한다. 또 도깨비는 아들이 걱정돼 저승으로 가지 못하는 할머니 귀신이 아들 내외의 꿈에 나타나 로또 번호를 알려줄 수 있게 로또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자 알려주지만, 잠잘 시간도 없이 하루내내 일만 한 아들은 꿈을 꿀 수 없어 예지몽에 나타나지 못하자 다음 주 당첨 번호를 알려주며 “정직하고 선한 부부였다. 아주 이상한 꿈을 꾸게 되겠지. 수호신이 한턱 쏩니다.”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삼신할머니(이엘)가 철없는 재벌3세 유덕화(육성재)에게 “착한 것밖에 없는 애. 그래서 세상을 밝히는 애. 네 복은 네 심성에서 나와” 등의 대사는 착한 심성을 가진 자들이 복을 받는다는 메시지로 시청자를 힐링시켰다. 또 김 작가는 ‘신의’ ‘믿음’이라는 가치도 뭉클한 설정과 재치있는 대사로 표현했다. 전생에 도깨비의 충실한 심복이었지만 현생에서는 ‘개고생’을 하며 살아가는 김우식을 우연히 찾게 된 도깨비가 직장·집·자동차 등의 선물을 내리자 김우식이 “왜 이런 걸 주냐고”고 묻자 돌아간 대답은 “전생에 나라를 구해서”. 전생에 나라를 구한 공로로 현생에서 받는 가장 커다란 복이 집, 차, 직장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살기 팍팍한지를 보여주는 한편 사람에게 또 이보다 더 한 복이 있을까 싶은 삶에 대한 깊이 있는 관조가 드러난다. 또 평생 눈이 돼 준 반려견이 먼저 세상을 뜨고, 이후 시각장애인이 사망하고 천국으로 가는 설정과 대사는 인간과 동물 사이의 신의를 절절하게 그려냈다. 천국으로 가게 된 시각장애인에게 저승사자는 “먼저 간 게 마음이 쓰였나 봅니다. 아까부터 (해피)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사진제공=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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