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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의 미래'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를 가다

현대차그룹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전략의 출발점<br>차세대 고부가가치 강판 개발로 경쟁력 '점프 업!'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7년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충청남도 당진시에 위치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전체 사업 전략에서 매우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른바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현대차그룹의 오랜 숙원이 당진제철소 준공으로 마침내 풀렸기 때문이다. 특히 당진제철소는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톱5 완성차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비옥한 밑거름이 됐다. 2017년 새해를 맞아 포춘코리아는 제품 개발과 생산에 연일 구슬땀을 쏟고 있는 당진제철소를 찾았다. 그곳에서는 한국 철강산업의 미래를 향한 희망의 열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직원이 고로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쇳물의 열기에 맞서며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기자가 당진제철소를 방문한 지난 12월 20일 전국에는 안개 주의보가 발령됐다. 자동차를 몰고 서해대교를 건널 때는 앞이 보이지 않는 통에 아찔한 순간을 여러 번 경험하기도 했다. 짙은 안개는 당진제철소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내비게이션은 분명히 당진제철소 도착을 알렸지만, 육안으로는 제철소 정문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한참을 헤맨 끝에 당진제철소 입구에 도착했다. 공장 내부에 진입하는 모든 차량은 예외 없이 깐깐한 검문을 받고 있었다. 이미 기자의 방문이 예약된 상황이었지만, 기자 역시 신분과 차량 트렁크 내부를 점검받는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제철소 보안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다.

현대제철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당진제철소에 진입했다. 여기서 또 한 번 낯선 체험을 할 수 있었다. 넓은 도로를 오가는 차량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기자가 탄 차량은 시속 30km 이하의 느린 속도로 주행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공장에 진입한 모든 차량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시속 30km 이하의 속도로 주행해야 한다”며 “세 번 이상 과속(?)으로 적발되면 진입 자체가 금지된다”고 설명했다.

기자는 약 5시간에 걸쳐 당진제철소 취재를 하는 동안 현대제철이 무엇보다 작업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여긴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가 마주친 직원들은 언제 어디서나 헬멧을 쓰는 것은 물론 구내에서의 차량 저속 이동 역시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당진제철소에서 생산되는 냉연 제품.


현대자동차그룹의 숙원사업이 꽃을 피우다
우선 당진제철소에 대한 소개를 듣기 위해 입구에서 200m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지원센터를 방문했다. 이곳에는 당진제철소의 설립 과정부터 작업 공정, 주요 생산 제품 등을 소개하는 사진자료와 모형이 전시돼 있었다. 또 현대제철이 지난 1953년 제철사업에 뛰어든 이래 오늘날까지 이르는 역사를 담은 영상물도 볼 수 있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말한다. “1978년 제2 제철소 건립에 도전한 이후, 현대제철은 30여년간 실패와 좌절을 반복했습니다. 그럼에도 제철사업에 대한 의지의 끈을 놓지 않았죠. 현대제철은 2010년 당진제철소를 준공하며 마침내 일관제철소(쇳물부터 철강재 생산에 이르는 모든 공정을 보유한 제철소)의 꿈을 현실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당진제철소의 부지 면적은 882만㎡(267만 평)에 달할 만큼 방대하다. 이는 서울 여의도의 3배에 해당하는 넓이다. 당진제철소는 지난 2006년 10월 공사를 시작해 2010년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지금도 설비 투자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현대제철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말까지 당진제철소에 투입된 투자비용은 약 12조 원이다. 현재 1만7,000여명(협력사 및 외주사 포함)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조강(가공되지 않은 철강) 생산량은 연평균 1,600만톤에 달한다. 현대제철의 전체 조강 생산량(연평균 2,400만톤)은 국내에서 두 번째, 세계에서는 열두 번째로 많은 수치다.

당진제철소를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친환경’이다. 현대제철은 당진제철소 설계 당시부터 ‘친환경 제철소’라는 모토를 설정했다. 특히 당시만 해도 철강업계에서 생소했던 ‘밀폐형 원료처리 설비’를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설명을 이어갔다. “철강 제품을 만드는 원료는 대부분 분말이나 작은 알갱이 형태입니다. 그런데 당진제철소 설계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외 모든 제철소는 원료를 건물 외부에 보관했습니다. 문제는 원료를 외부에 보관하다 보니 기상 변화에 따라 쉽게 변질됐다는 점이에요. 예를 들어 비가 오면 가루가 딱딱하게 굳거나 쓸려 내려가고, 바람이 불면 비산먼지가 발생해 주변 환경 및 제품 품질에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저희는 애초부터 원료를 밀폐 공간에 보관하기로 계획하고 이를 위한 설비를 개발했죠. 당진제철소는 철강업계에 하나의 벤치마킹 모델이 됐습니다. 최근 준공되는 제철소 가운데에는 저희처럼 밀폐형 원료처리 설비를 구비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또 있다. 당진제철소는 고로(高爐·용광로), 제강공장 등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재활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도 갖춰놓고 있다. 발전량은 연간 550만Mwh로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전체 전력의 약 65%를 차지한다.

당진제철소는 현대제철이 글로벌 종합철강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기지다. 아울러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부여된 역할도 있다. 바로 현대차그룹의 이른바 ‘자원 순환형 사업구조’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말한다. “자원 순환형 사업구조는 쉽게 말해 한번 생산된 철강 제품을 반영구적으로 재활용해 또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당진제철소에서 만든 열연·냉연 강판을 활용해 현대차그룹에서 완성차를 만듭니다. 그 후 자동차의 수명이 다해 폐차가 되면, 폐차된 차량의 강판 등은 다시 전기로에서 건설업체가 활용할 수 있는 H형강과 철근으로 재탄생하죠. 이런 방식의 사업구조를 만들어 원가 절감을 통한 경쟁력 강화, 사업 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처럼 당진제철소는 한발 앞선 기술력으로 무장한 글로벌 제철소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기자는 약 30분간 당진제철소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원료돔(원료를 보관하는 돔 형태의 공간), 열연공장, 제2 냉연공장 등 핵심 시설을 둘러보기 위해 나섰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밖으로 나서는 기자의 손에 안전 헬멧을 쥐어줬다.




당진제철소 제1, 2, 3고로 전경. 현재 3개의 고로는 연간 1,200만톤의 조강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100km에 달하는 컨베이어 벨트로 원료 이송
기자를 태우고 당진제철소 구내를 이동하는 차량의 속도가 시속 30km 이하의 저속이라는 게 조금은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일부 시설은 보안 규정상 출입할 수 없었다. 그런 까닭에 천천히 이동하는 차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모든 시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차량이 처음 도착한 곳은 A지구에 자리 잡고 있는 전기로였다. 전기로(爐)는 전기에너지로 고철을 가열해 녹이는 시설을 말한다.

전기로를 거쳐 고로와 압연·냉연공장이 위치한 B, C지구에 진입했다. 이곳에서는 쇳물 제조에 필요한 수입산 석탄, 철광석 등을 하역하는 부두가 저 멀리 보였다. 자욱한 안개 탓에 부두의 전경을 제대로 확인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흐릿하게 보이는 하역 설비와 정박한 배들의 모습만으로도 부두의 웅장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하역 부두에 정박하는 배는 대부분 ‘케이프’급 선박이다. ‘케이프’라는 명칭은 철광석을 운반하는 대형 선박들이 오대양을 운항할 때 남아메리카 남단의 케이프혼(Cape Horn)과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Cape of Good Hope)을 돌아간다는 점에 착안해 붙인 이름이다.

부두를 바라보며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이 엄청난 물량의 원재료는 어떻게 당진제철소의 광활한 부지 곳곳에 마련된 가공 시설로 이동하는 것일까? 현대제철 관계자가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줬다. “원재료는 모두 부두에서 시작되는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각각의 저장 시설로 이동합니다. 현재 당진제철소 내부에 설치된 컨베이어 벨트의 총 길이는 무려 100km에 육박합니다. 특히 컨베이어 벨트는 모두 밀폐돼 있어 이동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미리 예방할 수 있죠.”



기자가 탑승한 차량이 이윽고 한곳에 멈췄다. 바로 원료돔이었다. 원료돔은 앞서 말한 ‘밀폐형 원료처리 설비’ 다. 원료돔에는 주로 작은 구슬 형태의 철광석인 ‘펠릿(pellet)’, 분말 형태의 철광석 등 원재료를 보관한다. 원료돔의 규모는 높이 60m, 지름 120m다. 이는 서울 잠실야구장과 비슷한 규모다. 잠실야구장 포수석에서 가장 먼 중간 펜스까지의 거리는 125m다. 쉽게 말해 관중석을 제외한 잠실야구장 크기의 공간에 엄청난 양의 원재료가 쌓여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원료돔 가운데에는 천장을 찌를 듯한 높이의 기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것은 원료돔에 보관된 원재료를 고로까지 이동시켜주는 일종의 이동 설비다. 기자가 방문한 시간에도 이동 설비는 굉음을 내며 지하 통로를 통해 고로로 원재료를 보내고 있었다.

원료돔에서 나와 열연(熱延·강철 등의 금속 재료를 재결정(再結晶) 온도 이상으로 가열해 압연하는 것) 공장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일관제철소의 핵심 설비인 고로를 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고로 설비는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돼 있었다. 하지만 운 좋게도 멀리서나마 고로에서 출선된 시뻘건 쇳물이 떨어지는 광경은 볼 수 있었다.

당진제철소에는 곳곳에 철길이 깔려 있다. 철길 위로는 어뢰 모양의 커다란 구조물을 실은 기차가 이동하고 있었다. 이 어뢰 모양 구조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기자의 질문에 현대제철 관계자는 쇳물이 떨어지고 있는 고로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 구조물의 정식 명칭은 토페도 카(Torpedo Car)입니다. 토페도는 우리말로 ‘어뢰’를 뜻해요. 어뢰와 모양이 비슷해 토페도라고 부르죠. 토페도 카는 용선(쇳물)을 담아 운반하는 일종의 용기입니다. 고로에서 떨어지는 용선은 토페도 카에 담겨 철로를 따라 제강(용선에 포함된 탄소의 양을 줄이고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 공장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토페도 카의 이동 경로를 따라 열연공장에 도착했다. 내부에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가 피부로 느껴졌다. 열연공장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반제품인 ‘슬래브(Slab)’였다. 슬래브는 제강 공정을 거친 쇳물이 비로소 특정한 형태를 띠는 첫 단계 제품이다. 네모난 틀에 부어진 용선은 기다란 ‘바(Bar)’의 형태를 띠며 공장 내부에 설치된 레일 위를 지나간다. 1,200℃ 온도의 슬래브는 레일 위에서 약 6,000톤의 무게로 눌려 점점 얇아진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하는 것이 두께 1.2mm 이상의 판재, 즉 ‘열연 코일’이다.

열연공장 내부의 열기를 뒤로한 채, 곧바로 제2 냉연공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2 냉연공장은 당진제철소 부지 외부에 마련돼 있다. 차를 타고 약 3분간 이동해 제2 냉연공장에 들어섰다. 이곳은 그 순간까지 기자가 느낀 당진제철소의 분위기와 너무나 달랐다. 황량함이 느껴질 정도로 매우 한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제2 냉연공장은 현대제철의 핵심 사업인 자동차용 초강력 강판 생산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라며 “많은 사람과 차량이 오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자칫 강판 품질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 냉연공장은 비교적 새것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제2 냉연공장이 본격 가동된 시점은 당진제철소가 완공된 2010년에서 3년이 더 지난 2013년 5월이다. 제2 냉연공장은 당진제철소, 나아가 현대제철 전체로 봐도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다. 차세대 강판의 개발을 위한 필수 설비가 집약된 곳이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말한다. “제2 냉연공장 설비 중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6스탠드(Stands)’입니다. 저희는 더욱 가볍고 튼튼한 강판을 만들기 위해 6번의 압연 과정을 거치는 ‘6스탠드’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특히 설비의 설계 단계부터 ‘6스탠드’ 방식을 도입한 국내 최초의 사례가 바로 당진제철소 제2 냉연공장입니다.”

이밖에도 제2 냉연공장에는 슬래브를 염산에 담가 세척하는 ‘산세 장치’, 가공성과 효율성을 개선하는 ‘열처리 설비’, 부식 방지를 위한 ‘아연 도금 설비’ 등 완벽한 차세대 강판 제조를 위한 첨단 설비도 갖춰져 있다.






현대제철의 심장인 ‘기술연구소’
당진제철소에는 생산 라인 못지않게 중요한 연구개발(R&D) 센터도 들어서 있다. 제철소 가장 안쪽에 마련된 ‘현대제철 기술연구소’다. 건평 3만3,000㎡ 규모의 기술연구소에는 현재 약 500여명의 연구개발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현대제철 내부에서는 기술연구소를 가리켜 ‘현대제철의 심장’이라고 표현한다. 당진제철소가 자동차 소재 전문 제철소로의 변신을 당면과제로 삼은 만큼 고성능·고강도의 자동차 강판 개발을 전담하는 기술연구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현대제철 기술연구소가 고로 가동보다 앞선 지난 2007년 완공돼 연구개발 활동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제철소 가동 전부터 제품 및 공정기술 개발에 대한 선행연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기술연구소에서 만난 이상욱 선행연구팀 대리는 말한다. “자동차 강판을 개발하는 데 통상적으로 평균 10년의 세월이 소요됩니다. 그런데 저희는 첫 고로가 완공된 2010년부터 자체 생산한 핫코일로 자동차 강판 제조를 시작할 수 있었어요. 또 고로를 가동한 지 3년 만인 지난 2013년에 자동차 제조에 필요한 전체 강종(강철 종류)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성과였죠. 이는 고로 가동 전부터 진행한 선행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연구소로 올라가는 언덕길 옆에는 압연시험동이 있다. 압연시험동에서는 현재 기술연구소의 핵심 프로젝트인 3세대 차세대 강판 ‘다상복합조직강(AMP)’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최준환 기술지원팀 과장은 “압연시험동에는 진공상태로 원재료를 용선하는 ‘진공 유도 용해로’를 포함해 시험용 AMP 강판 제조를 위한 설비가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곳에서는 핫스탬핑(Hot-Stamping) 공법을 활용한 자동차 경량화 해법 마련에도 집중하고 있다. 핫스탬핑은 60K급 강판을 900℃ 이상으로 가열한 후, 금형 내에서 성형과 동시에 급속 냉각해 150K급 초고강도로 소재의 성질을 바꾸는 공법이다. 핫스탬핑 공법을 활용하면 자동차용 강판의 중량이 대폭 감소한다. 현재 이 공법은 현대차그룹이 생산하는 차종에 탑재되는 소재에 적용되고 있다. 현대제철은 향후 핫스탬핑 공법의 적용 범위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압연시험동 한쪽에는 ‘차체분해분석실’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말 그대로 국내외의 다양한 차종을 직접 분해해 부분별 강판 조직을 분석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분석실 바닥에는 뼈대만 남은 실제 차량과 다양한 차종에서 떼어낸 필러(Pillar·자동차의 지붕과 하부를 연결하는 기둥)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송완규 응용기술개발팀 계장은 강판 조직 분석이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동차 강판의 강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에요. 자동차 강판이 외부 충격에도 찌그러지지 않는다면 차체 손상은 덜할 수 있지만, 그 충격은 탑승자에게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충격이 심하면 장기 파열로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어요. 오히려 강판이 찌그러지면서 일정 부분 충격을 흡수하는 것이 탑승자에게는 더욱 안전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강판 조직 분석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른 차종의 강판을 분석함으로써 더욱 진일보한 차세대 강판을 만드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현대제철은 2017년까지 약 4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자동차 강판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신(新)실험동을 신축할 예정이다. 또 오는 2020년까지 연구개발 인력을 800명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2019년 이후부터는 AMP 강판의 상용화에 나선다는 게 현대제철의 청사진이다.

기자는 반나절가량 당진제철소의 핵심 시설을 살펴보며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일관제철소인 이곳의 저력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다. 2017년에도 쉼 없이 뜨거운 쇳물을 쏟아내며 한국 철강산업 발전의 선봉에 설 현대제철의 심장 ‘당진제철소’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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