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 추진단은 11일 대형국책사업 감시 결과 비리와 비위로 인한 부당하게 집행한 예산과 불필요한 공사 등으로 예산 낭비로 확인되어 환수 등 사전 조치한 예산 규모가 지난해 총 2,004억 원이라고 밝혔다. 부패척결추진단은 새만금개발·수도권 고속철도(SRT)·동해 신항만 건설사업 등 지난해 진행 중이던 17건의 대형 국책사업을 검증했다.
추진단 검증 결과 농어촌공사는 농생명용지 조성공사를 하면서 446억 8,000만 원에 해당하는 공사를 허위로 완료된 것으로 조작했다. 추진단이 농어촌 공사가 2014~2015년 실시한 다른 사업을 검증한 결과 총 9,637억 원 어치의 공사가 실제 끝나기 전 완료되었다고 허위로 계상했다.
일단 공사가 완료한 것으로 장부에 적히고 나면 시공사가 잘못하더라도 농어촌공사가 문제 삼지 못하고 끌려다니게 된다. 실제 새만금 사업에서도 시공사가 설계와 다르게 시공해도 농어촌 공사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공사비를 16억 가량 과다 지급하고 실제 공사 완료일까지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는데도 지체상금(공사 지연에 따른 보상)을 부과하지 못했다. 그 밖에 기성금 37억 여 원을 과다지급하거나 미리 준 기성금 41억 원을 정산하지 않았고, 저수지 제방 누수 등 부실시공이 발생하는 등 21건의 폐해 사례가 확인됐다.
추진단은 농어촌 공사가 공사 진행률을 조작한 이유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를 잘 받아 성과급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어촌공사는 2015년과 2016년 사업비 집행률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해 최종 B등급을 받았다. 그 결과 농어촌 공사는 127억 원의 성과급을 챙길 수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어촌공사 회계 담당자에 대해 형사고발을 검토하고 경영진 4명에 경고를 내리는 등 총 208명의 직원을 징계하기로 했다. 기재부도 이달 중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농어촌공사의 성과급을 환수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수서-평택 고속철도 터널 공사를 수주한 두산 건설은 터널 굴착 과정에서 저가의 발파 공법을 사용하고 고가의 공법으로 시공한 것처럼 속여 철도공사로부터 공사대금 182억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철도공사 직원은 6,000만 원의 뇌물을 받고 이를 눈감아 줬고 그는 두산건설 현장소장과 함께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원주-강릉 고속철도 공사 과정에서는 설계업체의 하자를 눈감아 준 대가로 철도시설공단 강원본부장이 수 천 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드러나 구속됐다. 일부 구간이 설계와 달리 연약지반으로 확인되어 설계 변경과 관련 비용을 요구해야 하지만 이를 무마하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이다. 다만 추진단은 고속철도의 안전은 전문가 진단 결과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국책 공사의 불필요하게 비용을 부르는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추진단은 건설감리비용을 과다하게 부르는 개별발주 원칙을 가까운 거리의 공사현장은 통합발주 원칙으로 바꿔서 매년 200억 원의 예산을 줄이기로 했다. 터널을 공사할 때 지하수가 나오면 품삯을 더 주는 용수할증 제도는 실제 지하수가 확인되는 경우만 지급하도록 바꿔 393억 원의 예산을 줄이기로 했다.
/임세원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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