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이후 외부 개입 없이 치러지는 우리은행 첫 민선 행장 레이스에 무려 11명의 후보가 참여했다. 예상보다 많은 후보가 뛰어들면서 일부 후보들이 은행 안팎으로 각종 줄 대기를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등 차기 행장 경선판이 혼탁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 당국은 한 발짝 떨어져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면서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11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우리은행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에 이광구 우리은행장, 이동건 영업지원그룹장, 김승규 전 부사장을 비롯해 11명이 지원했다.
이들 외에도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김병효 전 우리PE사장, 윤상구 전 우리금융지주 전무, 이병재 전 우리파이낸셜 사장, 오순명 전 우리모기지 사장, 이경희 전 우리펀드서비스 사장, 이영태 전 우리금융저축은행장, 조용흥 전 우리아메리카은행장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차기 행장 지원자 중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이광구 행장, 이동건 그룹장, 김승규 전 부사장,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등으로 4파전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광구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이동건 그룹장, 김승규 전 부사장이 이 행장을 추격하는 구도로 점쳐진다.
이사회에서는 당초 자격 제한을 퇴임 후 3년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임기 제한으로 유능한 인재 지원자격이 걸릴 것을 고려해 퇴임 5년으로 대상을 넓혔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사회에서도 출사표나 던져보자는 식의 응모는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사회 관계자는 “여러 인물을 공평하게 보기 위해 자격요건을 5년으로 확대했지만 일부 후보의 경우 행장 경선에 이름을 올리는 데 방점을 둔 것 아니냐는 비판 섞인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사회는 헤드헌팅사 2곳을 선정해 7개 평가항목을 만든 가운데 이 중 실적과 외부 통합을 위한 리더십에 가산점을 준다는 방침이다. 이사회 관계자는 “민영화가 되면 실적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실적 중심의 역량은 물론 우리은행 내부에 남아있는 상업·한일 간의 갈등을 매끄럽게 봉합해 시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항목을 주요 평가 잣대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19일 3차 이사회를 소집해 면접 대상자를 선정한다. 이날 사실상 쇼트리스트가 정해지는 셈이다. 이르면 23일께 최종 면접을 실시해 이달 말 안에는 최종 행장 후보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