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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시장 판 커진다]상속·증여 원스톱서비스...부동산·퇴직금·부채 관리도 척척

<상> 자산시장 흔드는 신탁의 마법

수익 신통찮은 금융상품 밀어내고 자산시장 호령

금융위, 신탁상품 다양화위해 제도 개선 팔걷어

주식·회사채外 기업 자금조달창구 역할도 기대





개인의 모든 재산을 하나의 ‘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신탁(信託)의 활성화는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한 자산관리 시대가 저문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금융상품이 개인의 자산증식과 노후대비 수단으로서 제 역할을 못해 준 점도 신탁에 대한 수요를 키웠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1% 중반 수준(1년 만기 기준)에 불과한데다 공모펀드가 원금을 까먹기 일쑤고 주식시장도 만년 박스피 장세여서 금융상품을 바라보는 시선은 점차 차가워졌다.

실제로 가계평균자산 대비 금융자산의 비중은 갈수록 줄고 대신 부동산 등 실물자산 비중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자산 비중이 지난 2013년 27%에서 지난해 26% 하락한 틈새를 실물이 비집고 들어갔다. 미국과 일본 가계의 금융자산 비중이 60%를 웃돌고 유럽연합(EU)과 영국도 40%를 넘어선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물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과도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3월 여러 금융상품을 하나의 주머니에 담을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를 도입했으나 이러한 쏠림 현상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개인 자산이 부동산 등 실물자산 중심으로 구성돼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한 소득보전 제도만으로는 개인의 자산증식과 노후생활 안정에 이바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재산관리를 위해 신탁업 활성화가 요구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신탁상품을 더 다양화하는 것에 제도 개선안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고려되는 방안은 종합재산신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신탁업을 규율하는 자본시장법에는 종합재산신탁 개념이 반영돼 있으나 금전 외의 재산에 대한 운용 기준이나 지침 등이 없어 실제 활용된 사례는 없다. 금융과 부동산을 별개로 위탁해야 하는 ‘따로국밥’인 셈이다. 부채나 영업권 등이 신탁 가능한 재산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점도 한계다. 앞으로 금융위가 구체적인 운용 기준·지침 등을 마련해주고 신탁 가능 재산 형태를 넓혀주면 사정은 달라진다. 위탁자가 자신의 퇴직금이나 부동산 및 부동산 관련 부채를 하나의 신탁회사에 일괄 의뢰해 수익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자산을 중심으로만 자산증식과 노후대비를 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이 보유한 모든 재산을 활용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사회경제 구조가 융복합 시대로 전환하는 흐름에 맞춘 셈이다.



신탁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상속과 증여 목적으로도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신탁계약을 하면 재산을 맡기는 위탁자와 수익금을 받는 수익자를 따로 설정하는 것이 가능한 덕분이다. 예를 들어 위탁자가 재산의 60%를 딸에게 넘기기로 하고 나머지 40%는 손자에게 넘기는 내용으로 신탁상품에 가입했다면 그가 사망한 뒤 신탁회사는 민법에서 인정한 유언장 등이 없어도 기존 계약에 따라 상속절차를 밟아야 한다. 위탁자로서는 번거로운 민법 절차를 밟지 않고 뜻하는 대로 공정하게 재산을 물려줄 수 있게 된다. 금융위는 이 같은 장점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상속·증여 신탁상품의 판매를 허용하면서 기획재정부 등과 협의해 세제 혜택까지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국민 평균 연령이 점차 늘어남에 따라 상속·증여 설계에 대한 중요성이 계속 강조되는 만큼 관련 신탁상품이 점점 더 인기를 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탁은 앞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창구로도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당국이 수익증권발행신탁과 자기신탁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어서 기업은 이를 활용한 유동성 확보가 가능하게 된다. 전통적 직접금융 수단인 주식·회사채 발행 외에 신탁이라는 새 ‘돈줄’이 뚫린다는 의미다. .

/지민구·박민주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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