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해운업계에 초대형 컨테이너 발주 경쟁이 불붙은 가운데 건조된 지 7년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 컨테이너선이 고철(스크랩)로 해체됐다. 지금까지 해체된 선박 가운데 선령(船齡)이 가장 낮다.
컨테이너선 초대형화와 경기 침체로 인한 선복(배에 실을 수 있는 화물량) 과잉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11일 조선·해양 전문 매체인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하모니아 그라나다(Hammonia Grenada)’라는 이름을 가진 4,256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이 최근 해체 장소에 인도됐다. 이 선박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세계 최대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라인이 사용했지만 최근 용선 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복 과잉, 그리고 이에 따른 운임 하락 등의 영향으로 해체되는 선령이 낮아지고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지만 선령이 7년에 불과한 선박이 해체되는 것은 처음이다. 선박 수명은 선종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20~30년으로 본다.
선주사의 사정은 차치하더라도 건조된 지 7년밖에 되지 않은 선박이 해체된다는 데 대해 조선업계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7년 된 선박이면 거의 새 선박이나 다름없다”면서 “선박을 계속 운항하면서 손해를 보는 것보다 해체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4,800TEU급 컨테이너선 신조선가는 4,350만달러 수준이지만 이번에 해체되는 선령 7년짜리 선박은 불과 550만달러에 넘겨졌다.
4,000TEU급 새내기 선박이 해체될 운명에 처한 것은 일차적으로 파나마 운하 확장 개통 영향 때문으로 분석된다. 확장 개통 전까지 파나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 선박은 5,000TEU급이었지만 이제는 1만3,000TEU짜리 컨테이너선도 운하를 드나들 수 있게 됐다.
파나마 운하 확장과 맞물려 머스크 등 초대형 선사들이 2만TEU에 가까운 컨테이너선을 대거 발주하면서 기존 중소형 컨테이너선의 효용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