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어느 봄날 아침, 마이클 레빈은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조작하고 있었다. 당시 30세인 레빈은 하버드 대학의 신임 조교수였다. 그는 수백 년간 과학계를 괴롭혀 온 난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인간의 배아 세포는 심장, 간, 쓸개의 올바른 위치를 무슨 수로 알아내 분화시키는 것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일부 장기, 심지어는 전체 장기의 위치가 바뀐 채로 태어났지만 건강에 아무 문제없이 잘 살아가고 있다. 레빈은 DNA만이 원인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분명히 다른 원인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며칠 전 그는 조직 분화가 이루어지기 직전인 6마리의 닭 배아에 대한 영상 실험을 지시했다. 그는 결과를 보고 놀랐다. 노란색과 붉은 색으로 표시된 전하가 세포를 가로질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마치 방향표시 네온처럼 점점이 배열되어 있었다. 레빈은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눈을 깜박였다. 그는 배아 세포들이 전기를 통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교신하는 모습을 역사상 처음으로 목격하고 있었다.
유전학은 오랜 시간 다음과 같은 간단한 진실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인체의 세포 수십억 개에는 모두 인체의 성장에 필요한 설계도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또 있다는 것이다. 레빈을 비롯한 여러 연구자들은 인간의 세포 내외에는 유전자 발현의 시동 지시 기능을 하는 미세한 생체전기 신호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신호는 심장 등의 여러 장기로 발달하려는 세포에게 올바른 방향을 가르쳐 주고, 장기의 형태와 기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레빈은 근 20년 동안 이 주장을 증명하려고 애쓰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소설 <모로 박사의 섬>의 배경과도 같은 괴상망측한 동물들이 사는 동물원을 만들었다. 눈이 배에 달려 있는 올챙이, 다리가 6개인 개구리, 머리가 두 개인 벌레 등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관들은 잘라내 버려도 매우 약한 생체 전기 신호를 통해 원상복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치 도마뱀의 잘린 꼬리가 다시 자라나듯이 복구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는 미래에는 인간에게도 같은 요법을 사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 다만 이 생각이 아직 그 타당성이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만약 군인이 전투에서 폭탄을 맞고 팔을 잃는다고 해도, 이 요법을 사용한다면 새로운 팔을 재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레빈이 현재 근무하고 있는 터프츠 대학교 연구소에는 그가 만든 이상한 생물들이 분재처럼 진열되어있다. 그는 “잘린 사지를 인간 태아의 성장 속도보다 더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는 없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팔이 잘린 환자가 25세에 재생 시술을 받아도, 35세가 되어도 청소년 정도 크기의 팔을 달고 있을지는 몰라도 그 팔의 기능은 완벽하게 자기 기능을 수행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론을 가능케 하기 위해, 레빈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통로를 헤집고 다녔다. 모든 세포의 표면에는 이온 채널이라는 이름의 속이 빈 단백질이 있다. 그리고 대전된 분자인 이온이 이 단백질을 통해 세포 안팎으로 출입하면서 세포의 극성과 전압구배를 바꾼다. 전압구배란 인체의 전압 차이를 말한다. 이온의 흐름을 조절하는 것은 이온 채널 안의 작은 문이다.
이 문은 특정한 신호에 따라 열리고 닫힌다. 충분히 많은 문이 열려 있으면 이온이 세포 내에 가득 차게 되고 전하가 바뀐다. 세포가 다른 세포와 정보를 교환할 때 쓰는 또다른 속이 빈 단백질이 있는데, 이 단백질을 간극연접이라고 한다. 레빈은 신경독(신경 기능을 마비시키는 강한 독성 물질) 등의 미세 도구를 사용해 이 채널들을 쉽게 열거나 닫을 수 있다. 그로서 세포 내에 이온을 채울 수도 있고 이온이 들어가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그는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계에는 없는 상상하기 힘든 모양의 생명체를 만들어낸 것이다.
레빈은 “이 연구의 최종과제는 신체의 모양과 크기를 완벽히 마음대로 설정해 완성하는 것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포토샵 같은 프로그램으로 원하는 신체 형상과 크기를 입력하면, 그대로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다리 7개가 달린 삼각형 개구리를 만들고 싶다면 눈은 여기에 달면 좋겠군.’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게 불가능할 거라고 볼 이유는 아직 찾지 못했다.”고 말한다.
레빈의 주장은 마치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영화 이야기 마냥 터무니없게 들린다. 심지어 그의 협력자들 중에도 그의 주장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하버드 대학 시절 그의 스승이었던 발달 생물학자 클리프 태빈도 있다. 유전학계는 이제 이온 채널이 인체 내의 장기 생성과 배치에 영향을 준다는 설을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레빈이 그러한 기전을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심의 목소리가 높다. 태빈은 이런 의문을 제기한다.
“그걸 무슨 수로 제어할 건가? 체계를 움직이는 논리를 설계할 때, 머리를 꼬리의 반대편에 만들어야 할지를 무슨 수로 정할 것인가? 이러한 결정을 내릴 때 채널 단백질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채널 단백질이 결정에 가장 중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레빈은 클리프 태빈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생체 전기를 이용한 치료가 가능하다는 데에 평생을 걸고 연구해 왔다.
현재 47세인 레빈은 키가 작고 하늘색 눈을 하고 있으며, 턱수염을 제대로 깎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런 그의 모습은 <스타 트렉>의 항해사인 파벨 체코프를 닮았다. 아마 이마를 사선으로 느슨하게 가로지른 갈색 머리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는 체코프와 마찬가지로 러시아인이기도 하다. 그는 어렸을 적에 메사추세츠 주 보스톤 북쪽의 해안 마을인 스왐프스코트로 이민을 와서 살았지만, 그의 약한 보스턴 사투리에는 러시아어 억양이 미묘하게 섞여 있을 때가 있다.
레빈은 평소처럼 꾸밈없고 진지한 표정으로 “우리가 만든 다리 6개짜리 개구리는, 적절한 전압구배를 통해 이소성 외지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언제나 놀랍고 재미있고 자랑스러운 것들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기대를 거의 배신하지 않는다. 그가 서 있는 사무실 밖 복도는, 그의 이상한 생명체들로 가득한 갤러리의 연장이다. 마치 골드 레코드를 여러 개 만든 음악가처럼, 그 역시 자신의 작품이 나온 학술지 표지를 크게 확대해 벽에 걸어놓고 있다. 그 중에는 2007년의 <디벨롭먼트(Development)>지의 표지도 있다. 이 표지에는 다리 2개, 왼팔 1개, 오른팔 3개가 달린 개구리가 있다.
레빈이 10살 때 그의 아버지는 <디지털 이큅먼트 코퍼레이션>사에서 프로그래머로 근무했는데, 하루는 회사에서 집으로 컴퓨터를 들고 오셨다. 그 컴퓨터는 아주 오래전 에디 머피가 주연하는 영화에나 나올법한 부피가 큰 것들이었다. 레빈은 그 컴퓨터를 사용해 아버지 회사의 메인프로그램에서 로그인, 코딩 방법을 배웠다. 레빈은 15세 때 게임 <팩맨>의 새로운 버전을 개발해내고, 소프트웨어 그래픽 편집기도 개발했다. 그리고 삼각법을 사용해 3차원 형상을 2차원 화면에 구현하는 방법을 학회지에 게재했다.
그 다음해 1986년, 레빈의 아버지는 온 식구와 함께 밴쿠버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 갔다. 만국박람회 참가는 레빈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머리 위로는 모노레일이 달리고, <유리스믹스>의 노래가 나오고, <제네럴 모터스> 사는 새로운 홀로그램 기술을 선보였다. 그러나 레빈의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은 전시관이나 자기부상열차가 아니었다. 군중과는 한참 떨어진, 밴쿠버 시내의 작은 서점이 바로 그 전환점이었다.
서점의 책들을 이리저리 구경하던 레빈은 1985년에 발간된 <신체 전기-전자기학과 생명의 토대> 라는 책을 발견했다. 책의 저자는 로버트 베커와 개리 셀던이었다. 미국 보훈청의 정형외과 의사인 베커는 생체 전기에 심취해 있었다. 인체는 생체 전기를 통해 자장(전력선 등이 일으키는)은 물론 근육과 뇌를 움직이는 자극과 교류한다. 지난 1780년대, 이탈리아 물리학자인 루이지 갈바니는 죽은 개구리의 다리에 전극을 연결, 움직이게 함으로서 동물 전기의 존재를 발견했다. 이후 다른 과학자들은 이온이 전신에 전기를 전달하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1930년대와 1940년대가 되어서야 연구자들은 새로운 도구를 사용, 이온 흐름이 세포의 극성을 제어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베커는 이러한 연구들을 언급하면서, 자신이 실시했던 실험의 세부 내용도 언급했다. 그는 개구리와 도마뱀의 사지를 자른 다음, 환부에 전압계를 연결했다. 그는 두 종류의 생물 모두 사지 절단 후 24시간 이내에 환부의 전압이 -10mV에서 최대 20mV까지 오른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도마뱀의 전압은 -30mV까지 급락했다. 이는 사지 재생이 일어나기 전에 나타나는 양상이었다.
베커는 개구리도 전압을 낮추면 잘린 사지가 재생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베커는 이것이 가능할 거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당시 그에게는 그 생각을 입증할 정밀 도구가 없었다.
당시 16세에 불과했던 레빈은 이 문제에 확 빠져들었다. 그는 집에 돌아와서, 베커가 거론했던 모든 연구 논문들을 찾아 읽었고, 그 논문들에 제시된 참조 자료들도 찾아가며 수백 장의 연구 논문들을 복사, 결국 갈바니까지 탐구했다.
물론 그의 본업은 코딩이었고, 생체 전기를 이용한 신체 재생은 취미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언제나 그의 본업으로 파고 들어왔다. 훗날 그는 터프츠 대학교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서, 자체 복구 능력을 가진 인공 지능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능력을 가진 기계를 만들려면, 자연에서는 어떤 식으로 자체 복구를 하는지부터 알아야 했다. 그래서 그는 물리학 연구실에서 자기 코일을 빌린 다음, 이것을 성게의 배아에 감았다. 그리고 전자기파가 세포 분열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이 실험에서 발견한 내용들은 그가 처음 써 본 두 건의 과학 논문에 적혀 있다. 대학교 3학년 때 그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다. 그러나 그가 진심으로 원하던 것은 연구소에 들어가 과학계를 바꿔 놓을 발견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회사를 퇴직하고 하버드 의대 산하 태빈 교수의 연구실에 들어갔다.
당시 태빈의 팀은 인간의 발생 초기에 몸 왼쪽에 발현되는 것 같은 신호 유전자를 발견했다. 그들은 이 유전자가 발생 후기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왜 거기 있는지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이 팀에 있던 연구생 중 누구도 그 이유와 과정에 대해 더 깊은 질문을 하지 않았다. 태빈은 “나는 매우 똑똑하고 재능과 야심이 넘치는 학생들을 많이 데리고 있었지만, 누구도 거기에 대해 의문을 품는 시늉조차 않았다.”고 말한다. 그들은 수년 동안의 삶을 블랙홀에 처박는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레빈은 연구실에 들어오자마자 지도 교수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뛰어들었다. 태빈에 따르면 레빈은 이 분야가 과학의 광활한 미개척 분야임을 정확히 깨달았다. 태빈은 “레빈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의 걱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후 레빈은 신체 부위의 좌우 대칭을 제어하는 다른 유전자들도 발견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이러한 작용을 지시하는 데 쓰이는 유전적 통로도 발견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신호를 전달하는 뭔가 다른 것이 있을 거라고 믿었다. 2000년경 그는 그것이 생체 전기임을 알았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작용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았다. 그 때 어느 동료가 전압에 따라 세포에 적색, 녹색, 황색, 청색 형광 효과를 내는 도구를 구했다. 레빈은 그 도구를 닭의 배아에 실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2000년 어느 봄날, 생체 전기가 인체 장기의 성장 위치와 시기를 정하는 유전자 발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잘린 사지를 전기를 이용해 재생시킨다는 아이디어는,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1970년대, 생물학자 라이오넬 자페, 리처드 보겐스 같은 선구자들이 개구리에게 전류를 가해 사지 재생을 시작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이들은 실험에 간단한 배터리를 사용했다. 레빈은 생체 전기 신호를 세포 단위로 정밀 조정하고, 세포에 영향을 끼치는 신호의 해석에 도전한 최초의 인물이다. 터프츠 대학에서 그는 이 작업에 필요한 복잡한 도구를 여러 개 만들었다. 그 중에는 열린 이온 채널을 닫거나, 닫힌 이온 채널을 여는 데 필요한 신경독과 의약품, 레빈이 유리 미크로피펫을 통해 세포 내에 주입한 새로운 채널을 프로그래밍하는 데 쓰이는 RNA, 세포막을 통해 이온을 전달하는 분자, 이온 채널을 프로그래밍하는 유전자(뇌, 신장, 장 전문가들이 발견) 등이 있다. 그는 전압 편화에 따르는 영향을 형광 단백질과 염료를 통해 파악했다. 이들은 전압구배가 높아질수록 밝게 빛난다.
모든 세포의 표면에는 수백 개의 이온 채널이 있다. 그러나 이 중 전압구배를 조절하는 것은 한 두 개 정도다, 그래서 레빈이 조작하기 쉬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장기가 정확한 위치에서 성장하게 정하는 주제어 노브는 4개 뿐이다. 이 중 한 두 개를 조작하면 장기의 위치는 무작위가 되어 버린다. 레빈은 채널 하나를 더 추가하여 올챙이의 배에서 눈이 자라게 했다. 레빈은 “눈이 처음에 어디서 생기는지 궁금하다면 배아를 보라. 눈의 내생 영역을 정하는 특정 생체 전기 패턴이 있다. 그러면 그 생체 전기 패턴을 얼굴 말고 다른 곳에 적용한다면? 당연히 그곳에 눈이 생기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사지 재생에는 좀 더 섬세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레빈은 올챙이의 잘린 꼬리를 재생하기 위해, 환부를 특수 용액에 담가, 대전된 이온이 환부 세포를 가득 채우게 했다. 용액에 담근 시간은 1시간이었다. 그로부터 8일 후 새로운 꼬리가 생겨났다. 잘린 사지도 24시간 동안 용액에 담그니 6개월 후 완전하게 자라났다. 레빈은 용액에 담그는 목적은 유전자 발현과 세포 동작의 폭포 효과를 일으키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같은 작업을 인간, 또는 온혈 포유류에게 적용하는 데는 문제가 따른다는 것을 레빈은 알아차렸다. 우선 온혈동물의 혈압은 파충류에 비해 훨씬 높다. 따라서 환부가 혈소판으로 적절히 막히지 않으면 과다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두 번째로, 온혈동물의 사지는 훨씬 느리게 자란다. 따라서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그리고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신체는 염증을 일으켜 감염을 공격하는데, 이 과정에서 세포의 성장이 억제될 수 있다. 또한 환부에 전류를 흘리려면 습도를 유지하고, 외기와는 차단되어야 한다.
레빈은 터프트 대학 생체공학과 학과장인 데이빗 카플란과 함께, 동물의 환부에 부착할 수 있는 바이오돔을 개발했다. 레빈은 장애를 가진 사람도 이것을 수 시간 동안만 부착하고 있으면, 세포가 성장 신호를 보내 잘려진 사지의 재생이 가능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실리콘, 고무, 실크 등으로 만들어진 이 바이오돔은 마치 배아가 위치한 자궁 속 같은 수중 환경을 만들어 준다. 이 바이오돔 안에는 이온 조작 물질이 들어 있어 잘린 사지의 재생을 시작한다. 레빈과 카플란은 개구리의 잘린 다리에 바이오돔을 부착했다. 그러자 개구리의 몸에서는 정상적인 다리가 자라났다. 카플란은 “이제 도구가 만들어졌다. 모든 것이 조화롭게 움직이도록 하면, 우리의 목표가 이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라고 말한다.
레빈의 연구는 언젠가 암 치료방식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작년 3월 그는 동료들과 함께 개구리에게 빛을 쪼여 생체 전기 신호를 조작함으로서 암 종양을 치료, 뉴스의 1면을 장식했다. 레빈에 따르면 여러 암 종양은 생체 전기 신호가 잘못되어 있다. 이는 대규모 세포 탈분극의 형태로 나타난다. 레빈은 이 불안정한 신호가 종양을 성장 및 확산시킨다고 믿고 있다.
언젠가는 화학 요법 대신, 일탈한 세포를 달래어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방식의 암 치료 방식이 나올 수도 있다. 그는 이미 개구리의 전뇌 이상 같은 선천성 배아 결함을 복구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러한 결함은 인간 배아에게도 부모의 알코올 과용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의사들은 이온 채널 의약품을 사용해 특정 심장 및 신경 질환을 치료하고 있다. 레빈에 따르면 장차 이러한 의약품은 배아에서 발견된 암과 선천성 질환을 필수 신호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치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한다. 레빈은 “앞으로 25년 내로 이것이 실용화된다고 확신한다. 나는 보수적인 사람이지만, 죽기 전에 가능하리라 본다.”라고 말했다.
물론 모두가 확신하는 것은 아니다. 재생 의학의 연구 대부분은 게놈과 줄기 세포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생체 전기와 같은 잠재력 있는 방식들을 무시하는 성향의 과학자들은, 생체 전기가 치료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레빈의 주장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예일 시스템 생물학 연구소의 생체의학공학자인 안드레 레프첸코에 따르면 “레빈의 주장은 기계론적인 시각을 좀 더 보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포 기능을 제어하는 유전적 정보에 대해서 아는 만큼의 수준 높고 정확한 지식을 전위에 대해서도 갖춰야 하는데, 아직 그만한 지식은 없습니다. 만약 그만한 지식을 확보하는 것이 그의 목표라면 칭찬할만한 일이지요. 그의 주장은 보강이 필요하며, 결코 완결된 내용이 아닙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학자들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레빈은 국립보건원으로부터 풍부한 자금 지원을 받아 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설립자가 만든 폴 G. 앨런 프론티어 그룹은 그에게 1000만 달러의 연구 보조금을 지급했으며, 이 금액은 3000만 달러로 늘어날 수도 있다. 그룹의 전무 토머스 C. 스칼라크는 지난 겨울 레빈이 슬라이드를 통해 자신이 만든 생명체에 대해 강의했을 때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고 회고했다. “그야말로 지각변동이었다. 다들 그 강연을 듣고 생물학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레빈이 보여준 데이터는 생물의 형태학적 변형이 유전적 변화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가능함을 입증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까지 그런 데이터를 본 사람은 없었다. 그야말로 새로운 눈을 열어준 것이다. 나는 레빈이 생명과학의 새로운 장을 열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 연구분야가 앞으로 크게 번창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레빈 역시 같은 것을 바라고 있다. 그의 가장 큰 목표는 실험실이나 자궁 내에서 원하는 어떤 형태로건 생물을 변형시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어떤 선천성 기형도 고칠 수 있다. 그는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컴퓨터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전압구배의 변화가 생물의 형태와 기능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예측하기 위한 게산 모형과 인공 지능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다. 즉 이는 생명체의 생체 전기 코드를 알아내어 이를 완전히 제어하는 것이다.
레빈은 “이제 조금 알았을 뿐이다. 제대로 제어하려면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라고 말한다. 그는 이를 뇌 과학에 비유한다. 뇌에 기억이 들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기억을 편집하기 위해 특정 뉴런 상태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신경과학자들도 아직 모른다. 레빈은 “우리도 똑같다. 전기적 특성이 특정한 패턴의 기억을 조직 내에 부호화시켜 형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패턴들을 연결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이제 배워가기 시작하고 있을 뿐이다. “이 연구는 앞으로도 엄청나게 오래 걸릴 것이다. 매우 힘든 전위적인 연구다. 그러나 우리가 죽기 전에는 답이 나올 것이다.”고 말한다.
[전기를 사용해 잘린 사지를 복구하는 방법]
By Rachel Feltman
1/ 절단된 팔
사지 재생은 의사들이 잘린 사지 부위를 청소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 다음 신경, 뼈, 힘줄, 근육, 기타 조직을 노출시킨다. 이들 조직의 분자에 미약한 전하를 투입해 치료가 이루어지게 된다.
2/ 바이오돔
전류가 통하게 하려면 환부는 습기를 유지해야 하며 외부 공기로부터 차단되어야 한다. 외부 공기가 통할 경우 환부가 건조해지며 세균 감염 우려가 있다. 그래서 의사들은 실리콘, 고무, 실크로 만든 소매를 만들어, 마치 자궁 속의 환경과도 같은 습한 조건을 재현한다.
3/ 이온 충전
이 소매에는 신체의 이온 채널을 조작하는 의약품이 들어 있다. 이온 채널은 세포 표면에 있는 속 빈 단백질로서, 대전된 분자가 이온 채널을 통해 출입한다. 이로서 세포의 전하는 물론 다른 세포에 보내는 신호 내용도 바뀌는 것이다.
4/ 유 전자 작동 스위치
세포의 생체 전기 신호는 인체의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는 유전자의 활동과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가 세포 분열 신호를 내면, 폭포 효과가 일어나 신체는 잘린 팔을 자라나게 한다.
5/ 새로운 팔
이 절차의 속도는 인간 태아의 성장 속도와 같다. 즉, 25세 때 길거리 폭탄의 폭발로 한 팔을 잃은 병사는 10년을 기다린 후 35세가 되어야 간신히 중학생 정도 크기의 팔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팔의 기능은 완벽하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By Adam Pi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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