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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개인적 책임, 사회적 책임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지금은 어른다운 어른이 줄어드는 시대가 돼버렸다.” 이탈리아의 심리학자 마시모 레칼카티의 주장이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는 이런 현상을 두고 ‘세대의 혼동’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들도 스스로 책임지려 하기보다는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하는 말이다. 새로운 부류의 어른에 대해 “오늘날 어른은 두 부류로 나뉜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려는 어른과 인생을 일종의 플레이스테이션으로 보고 즐기기만 하려는 어른으로 양분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근래 우리 사회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책임감의 하락이다. 저마다 특별한 사정이 있겠지만 점점 더 많은 어른들이 나라 재정에 의존해서 삶을 꾸려가려 한다. 저성장과 고실업과 같은 특별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이렇게 늘어나는 재정 수요를 언제까지 충족시킬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당분간은 새로운 세원을 발굴하고 증세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그것도 곧 한계점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어떤 사회가 공세적인 면에서 계속해서 성장하는 방법은 무엇이며 방어적인 면에서 위기를 겪지 않은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개인적 책임감과 사회적 책임감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깨지 않는 것이다. 미묘한 균형이 깨지고 사회적 책임감이 압도하게 되면 어려운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근래에 범세계적인 현상은 레칼카티 교수의 주장처럼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려는 굳센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내 삶과 관련해서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려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일은 경제 상황, 사회 분위기, 가치관 변화, 교육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어떤 이유에서든 내 일을 다른 사람들이 책임져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일은 걱정스럽다.



이것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근래에 우리 사회에는 특정 그룹에 혜택을 주는 입법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저런 근사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이런 정책 대부분은 개인적 책임을 사회적 책임으로 옮기는 일을 제도화하는 일이다. 나라가 건강한 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 때는 이런 정책들이 필요로 하는 재원 조달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저성장과 고실업이 고착화돼 가는 상황에서 재정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각종 정책들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하게 된다. 투자를 감소시키고 성장률을 떨어뜨려 상황이 더 꼬일 것을 우려하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이다. 그런 어른들의 비중이 줄어드는 사회가 건강함을 유지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개인적 책임감의 부활이야말로 중장기적으로 우리 사회를 살리는 길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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