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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멈췄다

특검수사 와중 하만 주주 '합병반대' 집단소송

사법처리 땐 반도체 등 수조 투자 중단 불가피

삼성그룹의 경영활동이 멈췄다.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사법 처리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급기야 우려하던 일이 생겼다.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인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를 들여 인수를 추진 중인 미국 하만 주주들이 이에 반대하며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핵심주주 설득을 비롯해 딜을 최종 마무리하는 일은 오너인 이 부회장이 나서야 하는데 수사에 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형국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3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데 이어 이르면 14일 뇌물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따라 최악의 경우 이 부회장과 함께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 그룹 1·2·3인자가 동시에 구속되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 경우 삼성은 사상 초유의 경영공백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우려는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로버트 파인을 대표로 한 일부 하만 주주들은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형평법 법원에 디네시 팔리왈 하만 최고경영자(CEO) 등 하만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권리 구제를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냈다.



주주들은 하만 이사진이 회사 가치를 저평가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지분을 매각했다고 주장했다. 하만이 삼성전자와 협상하면서 다른 인수 대상자를 찾지 않기로 한 ‘추가제안 금지’ 조항도 문제 삼았다.

하만이 삼성전자와 인수계약을 맺지 않을 경우 삼성전자에 2억4,000만달러를 수수료로 지불하기로 한 것도 주주들이 소송을 건 이유다.

삼성의 다른 핵심사업들에도 급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우려된다. 이 부회장이 사법조치를 받게 되면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디스플레이·바이오 분야에 대한 추가 투자가 힘들어진다.

삼성 관계자는 “특히 바이오 사업의 경우 초기 적자를 무릅쓰고 대규모 생산공장과 연구개발을 진행해야 하는데 전문경영인이 독자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미래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M&A에 대해서는 총수가 전략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명·안현덕기자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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