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 구속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 전체 경영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정작 ‘오너 리스크’로 인한 주가하락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SK(034730)·한화(000880)·CJ 등 과거 오너 리스크로 몸살을 앓았던 기업의 주가는 단기간에 원상 복귀됐다. 실적 개선 등 펀더멘털이 강한 기업은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17일 하나금융투자는 보고서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은 삼성전자 주가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단순하게 이번 사태를 단기 차익실현 빌미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며 “파장을 완충할 만한 긍정적인 요인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와 그룹주들에 대한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또 “특검이 SK와 롯데 등 주요 대기업에 대한 추가 수사를 예고했기 때문에 파장이 시장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런 ‘오너 리스크’가 기업의 펀더멘털까지 흔들지는 못하는 만큼 펀더멘털 개선이 뒷받침된다면 주가는 다시 회복세를 탈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회장님 리스크’는 단기적으로 주가를 떨어뜨렸지만 대부분 영향은 1~3개월 단기에 그쳤다. SK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3년 1월31일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후 3개월여간 SK는 17만원대였던 주가가 14만5,000원선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5월부터 다시 17만원선을 회복했고 같은 해 계열사들의 실적이 지주회사인 SK의 실적으로 반영되며 2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같은 시기 최 회장이 38%의 지분을 보유한 SK C&C의 주가는 ‘회장님 리스크’에 10만원대에서 8만원대로 하락했지만 3개월 후인 5월 다시 10만원선으로 복귀했다. 이듬해 2월 최 회장 형제의 실형 확정 선고에도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SK텔레콤(017670)·SK이노베이션(096770) 등 계열사에 호재가 이어지면서 오너 리스크를 실적 개선 기대감이 상쇄한 탓이다.
한화 역시 김승연 회장이 구속 수감된 2012년 8월16일 당일 주가가 장중 5% 가까이 하락했지만 한 달 이후 18%가량 올랐다. 김 회장 구속 전 2만원대였던 주가는 다음해 10월 4만원을 돌파하며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도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나오면서 15·16일 이틀간 200만원을 바라보던 주가가 180만원대에 간신히 턱걸이했지만 17일 다시 0.82% 상승하며 184만8,000원을 기록했다. 장중에는 기관들의 매수세가 유입되며 2.1%까지 반등하기도 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기업 총수가 연결된 이슈인 만큼 명확한 전망을 꺼렸지만 “오너 리스크는 단기 악재에 불과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대형주일수록 스캔들에 의해 받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의 주가는 반도체 시장과 스마트폰 판매 등이 결정한다”며 “인수합병(M&A) 등 진행 중인 경영일정이 오너 부재로 차질을 빚는 게 아닌 만큼 펀더멘털에 기초해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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