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아 모든 경영자들이 사업계획을 점검하는 데 분주한 시간을 보낼 때다. 이즈음에 반드시 챙겨봐야 할 것이 또 있다. 경영자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성찰과 개선이 그것이다. 리더십을 올바른 방향으로 행사해야 조직도 발전하는 법이다.
2016년은 건국 이래 가장 치욕적인 해로 국민들에게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국민을 챙겨야 할 사회 엘리트 집단이 자신들의 부끄러운 탐욕을 먼저 챙김으로써 국가의 분열을 초래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슬프다. 2017년에는 그 후유증으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을 것이다. 힘을 모아도 부족한 판국에 사회적 갈등은 심화되고 있으며 승자도 패자도 없는 아노미 상태로 국력은 하염없이 낭비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의 치욕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교훈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것도 아주 뼈아픈 교훈 말이다.
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처럼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반(反)기업 정서가 높았던 적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영자의 리더십은 지속되어야 한다. 경영자는 이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를 미리 생각해야 한다. 새해를 맞아 경영자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리더십 키워드에 대하여 전략, 리더십, 조직관리, 자기관리 관점에서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민첩한 혁신으로 단단한 조직을 만들어라. 기업의 전략은 탐험가의 지도와 같다. 조직 내부의 자원과 역량을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전략은 꼭 필요하다. 현재 많은 기업이 신성장동력 개발과 위기관리를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생존을 위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만 하는데, 새로운 먹거리는 대부분 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도 크다. 그렇다면 무작정 신성장동력을 찾기만 하면 되는 걸까? 그 전에 먼저 할 일이 있다. 현재 조직의 약점(Pain Point)을 찾아내 이를 먼저 보완하여 조직을 보다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하다.
신성장동력은 새로운 일인 만큼 많은 비용과 에너지가 집중적으로 동원된다. 이 과정에서 조직 내부는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시도로 인한 변화로 일시적으로 기존의 경쟁력이 약화되거나 기업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사람도 면역력이 떨어지면 가장 허약한 신체 부위부터 가장 먼저 질병의 공격을 받기 마련이다. 따라서 조직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내부의 약점들을 찾아내 이들을 먼저 민첩하게 혁신해야 한다. 조직을 작게 만들어 비용을 줄이는 노력보다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직원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해 조직에서 같은 원인으로 반복되고 있는 실수나 문제점을 먼저 찾아내 원인을 분석하고 민첩하게 해결해야 한다. 현장 직원들이 이러한 조직의 약점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해법도 알고 있다. 나아가 직원들은 경영자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다. 경영자는 먼저 조직 내부의 소리를 진지하게 듣고 단단한 조직을 만든 후에 신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둘째, 리더십 정체성을 회복하라. 리더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요즘은 더욱 그렇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리더’가 아니라 ‘리더십’이다. 똑똑한 ‘나홀로 리더’는 의미가 없다.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행동하는 리더십이 지금 필요한 것이다. 리더가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되 발휘하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다. 급하다고 경영자가 모든 일에 간섭하고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중간 계층의 리더들은 곧장 리더십을 상실한다. 우리 조직은 언제부터인가 계층별 리더십의 색깔이 사라졌다. 임원은 생존주기가 짧아짐에 따라 생존을 위해 단기 성과주의에 자신의 운명을 의지하고, 중간 관리자는 임원과 젊은 직원들의 틈에 끼어 용기를 잃고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임원에게 요구되었던 ‘추진형 리더십’은 하루하루 개인의 실적을 챙기기에 급급한 ‘생계형 리더십’으로 전락했고, 조직의 중심을 잡아주던 중간 관리자의 ‘허리형 리더십’은 위아래로 치여 ‘외톨이형 리더십’으로 변질되었다.
이제는 각 계층의 리더가 각자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인지하고 힘차게 일할 수 있는 리더십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 역시 경영자가 맡아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침묵하고 움직이지 않는 리더는 이미 리더가 아니다. 직원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조직의 리더십을 부활시켜야 한다. 경영자는 기업을 경영하지만 조직 내 모든 계층의 직원들을 챙길 수는 없다. 모든 임직원들이 경영자의 리더십을 학습하여 경영자를 대신할 수 있는 계층별 리더십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 그들이 경영자처럼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조직의 안정을 도모하라. 경영자가 불안해하면 직원들도 그만큼 불안해한다. 속 편한 경영자가 없다면 속 편한 직원도 없다. 경영자와 직원은 순망치한(脣亡齒寒) 관계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이다. 불안한 직원이 일하는 조직은 결국 경영자를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경영자는 담담한 마음으로 직원들을 먼저 챙겨야 한다. 집에 쌀이 떨어졌을 때 가장이 먼저 신세를 한탄하며 같이 굶자고 외치기보다는 굶주린 가족을 안정시키고 함께 쌀을 구하러 나가야 한다.
경영자가 별나면 경영자 스스로가 가장 먼저 힘들어진다. 어려움을 핑계로 직원들을 몰아붙이기보다는 그들의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어려울 때 경영자의 진짜 내공이 빛을 발하는 법이다. 미국 포춘(FORTUNE)이 선정하는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 순위에서 매년 상위권을 지키고 있는 SAS의 짐 굿나잇(Jim Goodnight) 회장은 직원들의 행복이 조직의 행복으로 연결된다고 믿는 경영자다. 그는 ‘행복한 젖소가 우유를 많이 만든다’고 주장하며 직원들을 경영의 최우선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의 논리는 간단하다. 고객이 SAS에 돈을 벌어주는 것은 고객에 대한 직원들의 서비스와 헌신 덕분이기 때문에 경영자는 직원들에 대한 서비스와 헌신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경영자에게 진짜 고객은 직원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존경 받는 리더로 거듭나야 한다. 경영자는 평생 동안 많은 동지와 적(敵)을 만난다. 적은 드러난 적과 가려진 적이 있다. 경영자에게 드러난 적은 경쟁자다. 반면에 가려진 적은 늘 내부에 있다. 만약 존경 받지 못하는 경영자가 직원들의 암묵적인 저항을 받고 있다면 직원이 곧 가려진 적이 된다. 자신의 경영자에게 분노한 직원들이 저항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유능한 직원이 중요한 정보를 고의적으로 차단하거나 해답을 알면서도 침묵하는 행위, 믿었던 직원이 거래관계에 있는 상대와 부도덕한 뒷거래를 자행하는 행위, 내부의 조심스러운 기밀을 폭로하는 행위 등의 저항은 경영자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일들은 경영자에 대한 직원들의 존경심과 깊은 관련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경영자는 ‘기업의 잔고(殘高)’를 챙기기 전에 ‘존경의 잔고(殘高)’를 먼저 챙겨야 한다. 존경을 잃으면 실적마저 잃기 때문이다. 지금은 존경 받는 경영자의 리더십이 더욱 간절한 시절이다.
이상과 같이 2017년 경영자의 리더십 키워드에 대하여 생각해봤다. 더 많은 요소들을 함께 다루지는 못했지만 최근의 불안 요인들을 고려해볼 때 리더십 차원에서 반드시 경영자가 챙겨야 할 기본에 집중하고자 했다. 아무쪼록 새해에는 경영자들이 새로운 각오와 용기로 다시 위대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막중한 역할을 해낼 것을 기대하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신제구 교수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겸 국민대학교 리더십과 코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며 국내 주요 기업 등에서 리더십, 팀워크, 조직관리 등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한리더십학회 상임이사, 한국리더십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으며, 크레듀 HR연구소장, KB국민은행 연수원 HRD컨설팅 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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