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의 한 아파트 사전 점검 날. 입주 예정자들이 밝은 얼굴로 자기 아파트를 둘러보고 있다. 이 와중에 아파트 중앙광장에 텐트 수 개가 늘어서 있다. 바로 아파트 잔금대출 고객을 잡으려는 은행들이 친 텐트다. 입주 예정자들은 집에 들렀다 나오는 길에 각자 자신이 거래하는 은행 텐트에 들러 금리 조건 등을 확인한다.
앞으로는 아파트 입주 현장의 이 같은 은행 텐트촌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 모바일로 신청 가능한 아파트 입주 잔금대출 상품을 내놓기 때문이다. 핀테크 중심의 제4차 산업혁명과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촉발된 비대면 채널을 선점하려는 은행권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각종 대출 상품들이 빠르게 모바일로 흡수되는 양상이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25일부터 모바일금융플랫폼 위비뱅크에서 ‘위비잔금대출’과 ‘위비아파트대출’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두 상품은 전자약정을 통해 지점 내방 없이 진행되는 완전 비대면 대출이다. 단 소유권 이전이 발생하는 매매 시 대출은 1회 방문이 필요하다.
아파트 잔금대출을 스마트폰에서 취급하는 것은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잔금대출의 경우 소유권 이전 등기가 입주 후 1~2달 정도 걸려 은행이 ‘후취담보취득 설정’을 해줘야 하는데 우리은행은 이 같은 프로세스를 전부 비대면화했다. 특히 주택금융공사가 서민층을 대상으로 저금리에 공급하는 ‘입주자 전용 보금자리론’도 모바일로 신청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0월 ‘위비전세금대출’과 ‘위비중도금대출’을 출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아파트대출과 잔금대출을 내놓으면서 모바일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 라인업을 완성하게 됐다.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최근 비대면 거래를 위한 기술 구축이 완료되면서 본격적으로 모바일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부터 모바일 앱 신한S뱅크에서 ‘신한주택대출(아파트 등)’ 주택담보대출을 영업점 방문 없이 전 과정 비대면으로 취급하고 있다. 또 모바일 금융 플랫폼인 써니뱅크에서도 올 상반기 전세자금대출 출시를 시작으로 부동산 관련 대출 전반을 판매할 예정이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모바일 은행 썸뱅크 전용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 ‘썸뱅크 금리 상한 모기지론’을 출시했으며 대구은행과 NH농협은행도 빠른 시일 내에 모바일 주택담보대출을 내놓기기 위해 한창 준비하고 있다.
모바일 대출 상품이 다발적으로 출시됨에 따라 소비자들은 금리 혜택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들이 대면 업무와 서류 작성 등에 드는 비용을 금리 인하 등의 혜택으로 돌리고 있어서다. 실제로 우리은행의 경우 모바일 전용 아파트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은 금리가 0.1% 낮으며 타 은행들도 0.1~0.3%가량의 우대금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대출 신청을 받으면 은행은 인건비 등 원가가 절감되지만 고객들은 다소 수고로울 수 있다”며 “이러한 수고비 차원에서라도 비대면 대출에 대해 금리 혜택 등을 적극 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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