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개막한 북미국제오토쇼에서는 유독 세단 신차가 많았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면서 한동안 완성차 업체들은 세단보다는 SUV 신차를 앞다퉈 내놓았다. 하지만 SUV 시장이 포화 상태가 되면서 주축 선수였던 대표 세단 모델들을 많이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 국내 수입차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한동안 소나기처럼 이어지던 SUV 신차 출시가 뜸해지고 대신 세단과 친환경차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라는 정치 리스크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보호 무역 주의 등으로 거시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올해 수입차 시장 상황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상품성을 더욱 강화한 제품들로 고객 몰이에 나선 모습이다.
올해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차는 바로 BMW의 신형 5시리즈다. 7년 만에 완전변경되는 만큼 BMW가 자랑하는 기술들을 집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7시리즈의 외관을 그대로 가져와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한편 향상된 파워트레인에 더해 완성도 높은 반자율주행 기술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시스템까지 담았다. 다음달 출시 예정인데 사전 계약 열흘 만에 1,000대가 넘어서는 등 초반부터 시장 판도를 뒤흔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BMW코리아가 신형 5시리즈 전 모델에 M스포츠 패키지를 적용, 600만~700만원가량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면서도 출고가 인상은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기
대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BMW의 반격에 맞서는 메르세데스벤츠는 틈새 수요 공략에 힘을 준다. 지난해 E클래스를 비롯해 GLE 등 SUV 차량들을 대거 선보인 만큼 올해는 틈새 모델을 통해 프리미엄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형 E클래스의 고성능 모델인 더 뉴 메르세데스 AMG E 63 4매틱이 출시 예정이다. 또 SUV와 스포츠 쿠페의 특성을 합친 ‘더 뉴 GLC 쿠페’ 역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본 브랜드 중에서는 도요타가 신형 캠리를 국내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해 가장 큰 집중을 받은 차 중 하나다. 렉서스에서 봤던 파격적인 디자인이 적용된 점이 특징이다. 도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가 역시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대형 세단 ‘LS’도 신차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파격적인 스핀들 그릴은 중장년층이 많이 찾는 대형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친환경차 시장 확대에 나선 브랜드도 있다. 혼다코리아는 18일 대표 중형 세단 어코드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했다. 지난해 혼다코리아는 국내 시장에서 어코드를 총 6,636대를 판매한 바 있다. 어코드의 상품성을 확인한 후 올해는 친환경차로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공인연비가 ℓ당 19.5㎞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하이브리드의 원조인 한국토요타는 ‘프리우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보인다. 전기 모드로 최대 60㎞까지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UV는 소형에서부터 럭셔리 모델까지 다양하다. 포드는 소형 SUV ‘쿠가’의 부분변경 모델을 내년 1·4분기 선보일 예정이다. FCA는 지프 브랜드의 가장 작은 SUV인 신형 ‘컴패스’를 비롯해 스페셜 에디션 차종을 출시한다. BMW코리아는 준중형 SUV ‘X3’로 경쟁사인 벤츠에 빼앗긴 SUV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올해 판매량이 급증한 랜드로버는 하반기 프리미엄 패밀리 SUV인 ‘올 뉴 디스커버리’를 선보인다. 푸조 수입사인 한불모터스는 중형 SUV ‘3008’ 풀체인지 모델과 ‘2008’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더해 기존에 판매하지 않던 대형 SUV ‘5008’로 판매 확대에 나선다. 미국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
은 대형 SUV인 ‘에스컬레이드’를 상반기 중으로 출시, 프리미엄 대형 SUV 시장의 판도를 흔들 것으로 전망된다. 럭셔리 브랜드인 벤틀리는 브랜드의 첫 SUV인 ‘벤테이가’를 소개한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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