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이 사익을 위해 회삿돈을 빼내 사상 유례없는 거액의 뇌물을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에 제공한 혐의가 무겁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대가성과 부정청탁이 없었다는 점을 호소했고 박 대통령의 강압으로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사실상의 강요·공갈 피해자라는 점을 내세웠다.
삼성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지루한 법적 공방을 벌여야 하고 재판 결과 그룹 최고위층의 처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비상경영체제가 불가피하다. 삼성그룹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경영 시계 제로’ 상태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938년 삼성상회로 출발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그룹은 창사 이래 또 한번의 고비를 맞게 됐다. 2008년 비자금 특검으로 이건희 회장이 기소됐을 때보다 더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부회장 신변이 불확실하고 경영활동에도 일정 수준의 제약을 받게 됨에 따라 사장단·임원 인사, 사업개편, 미래전략실 해체, 지주회사 전환 등 굵직한 경영현안들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은 그룹 안정을 위해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미전실 핵심 수뇌부가 삼성을 이끌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고강도 쇄신 인사를 통한 그룹 정상화, 체질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서정명기자 vicsj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