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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영장 기각 이후] 지주사 전환...미전실 해체...하만 인수...삼성 명운 걸린 현안 산적

■ 삼성 앞날 가늠할 변수는

'품질 삼성' 신뢰회복 판가름할 갤S8 성공여부 주목

엘리엇 ISD 제소 가능성·美 부패방지법 대응도 관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인 19일 오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직원들은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에서 벗어난 것에 안도하면서도 쇄신을 통해 삼성이 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연합뉴스




“수사 대응도 벅찬데 다른 현안들은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지 감이 안 옵니다. 대비 자체가 가능한지도 모르겠네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19일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이 부회장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는 막았지만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부터 갤럭시S8 출시까지 올해 예정된 주요 현안은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어졌다는 설명이다. 더군다나 20대 국회에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막기 위한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수세적 경영을 할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경영의 추진동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이 부회장 영장 기각 이후 삼성그룹 앞에 놓인 주요 경영의 변수를 알아봤다.



①‘진퇴양난’ 지주사 전환=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검토하겠다며 이르면 오는 5월께 구체적인 계획·일정에 대한 청사진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회는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을 어렵게 만드는 각종 법안을 내놓고 있다. 대기업이 지주사 전환을 목적으로 인적분할할 때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고 분할 시 배정받은 신주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은 이 부회장 등 지배주주가 자사주나 신주를 활용해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발의됐다.

삼성의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필요한 중간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도 가망이 없는 상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초 대기업집단의 지주사 전환을 유도한다며 중간금융지주사법 추진 의지를 밝혔지만 야권과 여론은 “삼성의 편의를 위한 법”이라고 반발하고 있어 발의조차 쉽지 않다. 당초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만든 지주사로 비금융계열사를 지배하도록 하고 삼성생명을 중간금융지주사로 만들어 금융계열사를 지배하도록 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했지만 중간금융지주사법이 도입되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려운 형편이다.

② 미전실 해체 물 건너가나= 이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이제 국민과의 약속이 됐다. 하지만 여러 여건상 이를 신속하게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횡령·배임 행위를 두고 수개월~수년간 재판이 예정된 만큼 삼성은 당분간 미전실이 주도하는 비상경영체제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삼성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이 부회장이 약속한 것을 우선 지킬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상반기 이뤄질 정기 인사에 맞춰 미전실 해체에 준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③하만 인수·갤S8 성공할 수 있을까=삼성의 지배구조 개선뿐 아니라 올해 사업상 성패를 결정짓는 현안도 이 부회장을 둘러싼 수사로 성공 여부를 쉽사리 점칠 수 없는 형편이다. 삼성전자가 합병하기로 한 미국의 차량용 전자장비(전장) 기업 하만은 1·4분기 중 주주총회를 통해 합병안을 의결할 예정이지만 일부 주주들이 합병에 반대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하며 합병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의 실패를 만회할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도 4월께 전 세계에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삼성 경영진은 이 부회장의 수사에 대응하느라 이 같은 현안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다. 원래 지난달로 예정됐던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 작업이 지연되면서 삼성전자가 갤S8 출시를 앞두고 약속했던 획기적 품질검증 개선안도 미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어려움 속에서 삼성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징표다. 특히 갤S8은 어떤 일이 있어도 성공해야 하고 ‘품질의 삼성’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④외국계 공격 어떻게 막아낼까=이런 가운데 삼성에 대한 외국계 투기자본의 공격이나 인수합병(M&A)을 둘러싼 외국 정부의 딴죽 가능성도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삼성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한 외국계 헤지펀드가 이 부회장 등 삼성 경영진의 도덕성을 문제 삼으며 경영진을 압박하고 경영 참여를 노릴 수 있다고 관측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특검 수사를 근거 삼아 한국 정부에 1조원대 투자자국가간소송(ISD)을 제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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