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의 전력관리 통합칩(PMIC) 솔루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실리콘마이터스의 경영철학이다. 실리콘마이터스는 2007년 국내 최초로 디스플레이용 PMIC를 국산화하면서 사업을 시작해 모바일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등 적용 분야를 확장하며 창업 10년 만인 지난해 매출액 2,000억원을 달성했다. 세계반도체연맹의 ‘최우수 매출성장업체상’, 딜로이트 아태지역 고속성장 500대 기업 중 2위, 대한민국 산업기술 대상 대통령상 등을 수상하며 글로벌 강소기업 반열에 올랐다. PMIC는 디스플레이나 스마트폰 등에 장착된 칩에 필요한 전원을 공급하는 반도체다.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난 허염(66·사진) 실리콘마이터스 대표는 극적인 성장의 비결로 단연 ‘사람’에 대한 투자를 꼽았다. 허 대표는 “직원 284명 가운데 개발 인력이 182명이고 그 중에 관련 업계 10년 이상 경력자가 60%에 달한다”며 “좋은 인재를 놓치지 않기 위해 대기업 이상의 연봉을 주고 결실을 공유할 수 있는 우리만의 성과 공유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리콘마이터스는 우리나라 최초로 실리콘밸리의 성과 공유 경영기법인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회사가 일정 수량의 자사주를 무상 제공하는 성과 공유 제도다. 미국에서는 신주를 발행해서 직원들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게 안돼 매년 벌어들이는 이익잉여금의 일부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직원들에게 나눠준다. 허 대표는 “우리 회사는 창업을 할 때부터 주주와 직원, 회사가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지분 구조를 만들어 놓고 사업을 시작했다”며 “중소기업에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과감한 성과 보상 체계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허 대표의 인재 경영 덕분에 실리콘마이터스의 퇴사율은 2%도 되지 않는다. 또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업계와 학계의 네트워크를 통해 인재를 물색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 인재들과 함께 매출액의 25%나 되는 자금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쏟아 붓는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실리콘마이터스가 설계하면 불량률이 0.1ppm(1,000만분의 1) 밖에 되지 않고 설립 이후 매년 두 배 이상의 성장을 유지하고 있다.
허 대표는 사실 이 회사를 창업하기 전에 삼성과 하이닉스에서 이름을 꽤 날린 반도체 전문가였다. 카이스트 석사와 스탠포드대학교의 공학박사를 마치고 1989년 삼선전자 컴퓨터 부문 개발이사를 맡으며 국내 초기 PC시장을 개척했다. 2000년 초에는 하이닉스반도체의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LG반도체와 합병 이후 2,500억원대 수준이었던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매출을 1조원까지 끌어올린 전력도 있다. 이후 사모펀드의 제의를 받아 매그나칩 반도체의 대표를 맡았다. 허 대표는 고용된 CEO로 55세까지 일하고 나니 크든 작든 좋은 사람들을 모아 새로운 사업을 해보고 싶어 뒤늦게 사업에 뛰어들었다. 허 대표는 “창업하는 당시만 해도 반도체 칩에 전원을 공급하는 파워 아날로그 칩 분야에 정통한 국내 기업이 없어 이 사업을 키우면 우리 반도체 산업에 빠진 구멍을 메울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회사의 이름이 ‘반도체 분야(Silicon)에 강한(Mighty) 사람(Us)들이 되자’는 의미를 담은 만큼 좋은 인재들과 세계 시장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실리콘마이터스는 나스닥 시장과 코스닥 시장을 놓고 증시 상장을 저울질하고 있다. 올해 중국시장 등 매출처를 다변화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늘리는 등 상장을 위한 내실 다지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성남=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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