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KEB하나은행은 퇴직한 지점장 중 근무 당시 실적과 평가가 좋았던 직원을 지점장 등으로 다시 채용하는 파격적인 성과주의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은행의 꽃’이라 불리는 지점장 인사 문화가 성과주의 풍토 속에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날 정기인사에서 부서장급 290여명에 대한 승진과 400여명에 대한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부지점장에서 지점장으로 승진하는 부서장 가운데서는 85%가 40대 지점장으로 발탁됐다. 이번 인사는 그룹 회장으로 내정된 조 행장이 실시하는 마지막 정기인사다.
신한은행에서 40대 지점장 발탁은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5년 40%(100여명 중 40여명) 수준이었던 40대 지점장은 지난해 70%(130여명 중 90명)로 급증했고 올해 정기 인사에서는 85%까지 늘어 ‘40대 지점장 대세론’이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취임 초부터 성과주의에 드라이브를 건 조 행장은 파격 발탁 인사를 통해 신한은행을 보다 역동적으로 바꾸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차장에서 부지점장으로, 부지점장에서 지점장으로 승진하는 연한을 각각 6∼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해 차장에서 지점장까지 승진하는 데 필요한 기간을 최소 10년으로 줄이기도 했다. 이 같은 인사제도 변화와 맞물려 올해에는 40대 지점장이 더욱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은행의 꽃인 지점장 인사와 관련, 이 같은 파격적인 실험이 잇따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은행권에서는 처음으로 퇴직한 지점장 4명을 재채용하는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들에게는 기존 지점장에게 적용됐던 15%의 성과급 비율을 50%로 대폭 확대했고, 실적 우수자는 임원으로도 승진시킨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와 더불어 은행 영업이 리테일보다도 자산관리(WM)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여성 지점장 및 임원들의 발탁도 잇따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앞서 전체 신임지점장 58명 중에서 여성 지점장을 9명(15%) 발탁했고 우리은행은 영업 최전선인 서울 강남 1·2영업본부에 여성 본부장을 선임하며 WM 부문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우리은행 역사에서 여성 본부장 2명이 동시에 강남 1·2본부에 선임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로 은행의 영업 행태가 보다 진취적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젊고 역동적인 지점장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가장 경직돼 있다고 평가됐던 은행의 인사 문화가 크게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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