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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사이언스] 사후 300년만에 재 조명되는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

독일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서 산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은 화가, 식물학자, 동식물연구가, 곤충학자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사진=뉴욕타임스




지금은 나비가 알-애벌레-고치 단계를 거친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 발생설이 통용되던 중세와 근세만 해도 나비와 애벌레는 별개의 존재로 여겨졌다. 더러운 진흙에서 자연적으로 생겨난다고 믿은 애벌레가 어떻게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나비와 같은 존재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나비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 나타났다가 가을이면 사라지는 ‘별종’이라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곤충에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고, 나비의 변태를 주장한 여성 과학자가 있었다.

마리아 지빌라 메리안(1647~1717). 많은 17세기 여인들처럼 집안일과 아이들 키우는 일로 바쁘게 살았다. 독일에서 태어나 네덜란드에서 살았던 메리안은 화가와 식물학자, 동식물연구가, 곤충학자로서의 성공적인 삶을 살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게티스버그 칼리지의 생물학자로 메리안의 과학적인 성과를 연구 중인 케이 에터리지 박사는 “생물학을 찰스 다윈 만큼 많이 바꾸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업적은 대단하다”고 말했다.

메리안은 식물과 곤충에게 알려지지 않은 많은 사실을 발견했다. 그녀는 곤충이 진흙에서 자연적으로 생긴다는 당시 사람들의 통념을 몰아내는데 기여했다. 그녀가 수십년간 수집한 사실들은 단지 자연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키는데 그치지 않았으며, 의학과 과학 발달에 중요한 계기가 됐다. 그녀는 곤충과 그들의 서식지와 그들의 먹이를 하나의 생태 구성으로 묶었던 첫번째 사람이었다.



1699년 그녀는 정글에서 사는 곤충을 연구하기 위해 네덜란드에서 남미의 수리남으로 5,000마일(8,000㎞)이 넘는 거리를 배를 타고 갔다. 그녀가 52살일 때의 일이었는데, 그 결과는 대표적 걸작인 ‘수리남 곤충의 변태’로 남았다. 그녀는 이 작품에서, 자연의 이면을 이국적으로 극적으로 묘사했다. 60여 장의 동판화는 새를 공격하는 타란툴라나 제비 알을 노리는 보아뱀처럼 생존 경쟁을 다룬 것에서부터 애벌레의 내부 구조를 엑스(X)선 사진처럼 보여주는 것까지 다양했다. 이 작품은 당시 유럽인들로부터 갈채를 받았다. 그녀의 작품은 유럽 각국의 박물관과 도서관, 상류층의 응접실에 전시되었고,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는 특별히 사람까지 보내 그녀의 작품을 구해오게 했다. 하지만 1세기가 지나서 그녀의 발견은 비판을 받았다. 그녀 작품을 조잡하게 복제한 것이 판을 쳤으며, 18~19세기 여성의 역할에 대한 좌절감과 함께 그녀의 노력은 대부분 잊혔다. 에터리지 박사는 “빅토리아 여왕 시대 사람들은 여성들을 상자 속에 넣기 시작했고, 그들은 여전히 상자 속에서 기어 나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과학계의 개척적인 여성이 다시 태어났다. 최근 몇 년간 페미니스트, 역사학자와 미술가들은 모두 메리안의 고집과 재능과, 영감을 주는 에술 작품들을 칭찬하기 시작했다. 사망한 지 300년이 지나서, 그녀는 올해 6월 네달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국제 심포지움에서 기려질 것이다. 지난달에는 ‘수리남의 곤충 변태’라는 책이 재출간됐다. 이 책에는 60여 장의 동판화와 함께 원래 설명이 포함돼 있다. 여기에 메리안의 삶과 과학적인 설명이 추가됐다. /문병도기자 d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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