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초대형 증권사들이 잇따라 탄생하면서 덩치 싸움에서 밀린 중소형 증권사들이 부동산 금융 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투자은행(IB) 사업에서는 대형사들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는 만큼 소수의 전문인력으로도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 금융에 주력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은 최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IB 사업부를 투자금융본부와 IB 1·2본부 등 3개 본부체제로 재편하고 부동산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미국 시카고를 비롯한 해외 현지에 상업용 오피스빌딩 등 부동산 투자처를 적극 발굴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15년 5개팀 35명 규모이던 IB 조직을 9개팀 60여명으로 두 배가량 늘려가고 있다.
동부증권(016610)은 지난해 초 IB 사업조직 내에 부동산금융팀과 프로젝트금융팀을 신설해 부동산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군산디오션시티의 금융주선을 통해 30억원에 달하는 수익을 창출하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동부증권의 전체 IB 매출 중 부동산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교보증권(030610)은 지난해 상반기 마곡지구 오피스 개발사업과 하남미사토지 유동화 등을 시작으로 부동산 금융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올해 초 프로젝트금융본부와 구조화금융본부 내에 관련 부서를 신설하면서 부동산 금융 투자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강원도와 동해안권 경제자유구역 망상지구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지자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물량도 적극적으로 수주하고 있다.
이 밖에 기존 IB 본부를 IB 부문으로 확대 개편한 유진투자증권(001200)도 부동산과 구조화금융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태국 중견 증권사인 아이라캐피탈과 함께 60억원 규모의 오피스빌딩 개발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003530) 역시 최근 IB 부문 내에 신설한 투자금융사업부 산하에 부동산금융팀과 해외사업팀을 편제해 부동산 금융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앞다퉈 부동산 금융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초대형 IB로 몸집을 키워가고 있는 대형사들과 경쟁에서 살아남겠다는 생존 전략으로 풀이된다. 대형사들이 독식하고 있는 전통적인 IB 사업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부동산 금융 등 수익성 높은 분야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정책에 따라 증권업계의 경쟁구도도 변화하고 있다”며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자문 등 대형사들과의 경쟁이 어려운 분야 대신 소수의 전문인력으로도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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