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가 악어백, 다이슨 청소기, 발뮤다 토스터기, 100% 캐시미어 코트, 스페인산 양가죽 무스탕….
중저가 상품의 대명사였던 홈쇼핑업계가 최근들어 수십만원은 기본이고 수백만원대의 고가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는 등 고급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 온라인·모바일 시대를 맞아 기존의 저렴한 가격이 더이상 홈쇼핑만의 무기가 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품질과 가격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눈 높이가 높아진 고객들을 집중 파고들겠다는 속셈이다.
롯데홈쇼핑은 오는 29일 다이슨 프리미엄 라인인 ‘다이슨 V6 플러피 헤파 청소기(79만8,000원)’의 론칭 방송을 진행한다. 미세먼지에 특화된 플러피헤드를 장착한 최신 모델로, 기존 홈쇼핑에서 판매하던 다이슨 제품보다 10만 ~30만 원 이상 비싸다. 최근 다이슨 청소기가 인기를 끌자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급 제품을 홈쇼핑에서도 선보이게 됐다는 설명이다.
롯데홈쇼핑은 또 자체 패션 브랜드인 LBL를 통해 40만 원 후반~50만 원 후반대 상품을 꾸준히 내놓으면서 홈쇼핑 패션 상품의 가격대를 대폭 올려놨다. 더 이상 홈쇼핑 패션은 저렴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고품질과 가성비라는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어필하는 중이다. 지난 1일에는 100만 원이 훌쩍 넘는 ‘LG트롬 건조기(134만 원)’ 판매 방송 2회 만에 약 15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 9월에는 일본 ‘소형가전 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발뮤다 토스터기(28만7,000원)를 업계 단독으로 론칭해 토스터기 상품군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현대홈쇼핑도 고가 상품을 착실히 늘려가고 있다. 한섬과의 협업으로 탄생시킨 자체 패션 브랜드 모덴의 경우 품질과 디자인에 확신을 주면서 홈쇼핑 패션의 고가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대표적으로 모덴 캐시미어 100% 코트는 59만9,000원이라는 가격에도 홈쇼핑 업계의 베스트 히트상품에 등극했다. 현대홈쇼핑은 특히 1,280만 원 짜리 ‘호미가 악어백’을 지난해 2월 선보이면서 홈쇼핑 최고가 가방 사례로 화제를 끌었고, 지난해 12월에는 핀란드 브랜드 ‘이딸라’의 디너 6인조 세트(69만9,000원) 판매를 시작했다.
GS홈쇼핑 역시 고가 프리미엄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고급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이태리 프리미엄 패션 퍼(FUR) 브랜드 ‘퍼세이세이(FURS66)’를 국내 론칭하면서 98만9,000원 짜리 ‘FURS66 리얼폭스라쿤퍼코트’를 내놨고, 비슷한 시기 ‘북유럽의 루이뷔통’으로 불리는 패션 브랜드 ‘마리아꾸르끼’를 론칭했다.
CJ오쇼핑은 지난해 11월 세계적 디자이너 브랜드 ‘샬라얀’의 스페인산 양가죽 무스탕을 119만원에 내놨고, LG 트롬 초절전형 의류건조기(133만 원)를 론칭했다. 이외에도 ‘LG UHD TV(65형) + 사운드바’를 259만 원에 판매하는 등 백화점 못지 않은 상품도 다수 선보였다.
/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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