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시장 호황으로 반도체 시장에 ‘슈퍼 사이클’이 도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새로운 반도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R&D)에 나서기로 했다. 중국이 14억 내수시장과 막대한 자금력을 무기로 바짝 추격에 나서고 있는 만큼 하이앤드급 반도체 라인구축을 통해 ‘제2의 반도체’ 전성기를 맞이한다는 구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5일 주형환 장관이 SK하이닉스 이천공장을 방문해 이 같은 내용의 ‘2017년 반도체 산업정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2015년 기준 세계 3위 규모의 반도체 기업으로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2위 자리를 빛내고 있다. 최근 D램 수요 증가 등 반도체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이 35조5,000억원으로 2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지난해 수출금액은 139억달러로 전체 수출의 2.8%를 차지할 정도로 수출 효자기업에 해당한다.
주 장관은 “대내외 어려운 여건에서도 3년 연속 수출 600억달로를 달성한 반도체 산업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며 “올해는 선제 투자와 기술경쟁력을 무기 삼아 630억달러를 넘어선 사상 최대의 수출실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민관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반도체 수출은 △2014년 626억달러 △2015년 629억달러 △2016년 622억달러였으며 2015년 실적이 역대 최대에 해당한다.
주 장관은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요체인 시스템 반도체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의 ‘서비스화’가 중요하다”며 “특히 기업활력제고법 시행 이후 대기업들의 사업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SK의 LG실트론 인수와 같이 핵심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이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 장관은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을 위한 카드로 ‘2017년 반도체 산업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정부는 IoT 가전·전기차·신재생에너지 등 저전력·고효율 반도체 수요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파워반도체 상용화사업이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 본격 시작된다고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총 사업비가 836억원이 투입되며 오는 2023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파워반도체 시장은 2015년 341억달러에서 2020년 418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분야다.
또 정부는 올해 신규 R&D에 235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해는 신규 R&D에 투입되는 예산이 ‘0’원이었다.
주 장관은 “설계지원서비스 전문회사인 ‘디자인 하우스’를 집중적으로 육성해 국내 파운드리 설비를 활용한 반도체 생태계의 서비스화를 촉진할 것”이라며 “팹리스 기업 창업과 성장을 위해 시제품 생산을 위핸 MPW 서비스를 정기화해 연 2회 이상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도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투자·수출을 통해 국민경제 견인차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을 닦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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